美 시퀘스터 50일…직원들 무급휴가 러시

입력 2013-04-23 01:43
'예산삭감' 악몽 현실로

하루 5만명 무급휴가
공공기관 근무 부부 한달 수입 200만원 줄어

경기선행지수 마이너스로 가계 수요도 갈수록 불안



미국 정부의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으로 미국 공항 관제탑 직원의 강제 무급 휴가가 시작된 21일(현지시간). 아메리칸에어라인(AA)의 비행기를 예약한 승객은 AA로부터 전산망에 사소한 결함이 생겨 탑승 수속이 지연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 시간이 지나도록 “언제 복구가 될지 몰라 죄송하다”는 말만 들었다.

미 연방항공국(FAA)은 이날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에 있는 13개 주요 공항의 승객 1만5000명이 비행기 지연 출발로 인한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ABC방송은 “시퀘스터 악몽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제 무급 휴가로 마비

미 정부의 예산 삭감 충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달부터 올 회계연도인 9월 말까지 850억달러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 공공기관 대부분은 직원들에게 10~14일 근무 후 하루씩 무급 휴가를 가도록 했다. 미국에서 부부가 모두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은 약 40만명.

이날 무급 휴가에 들어간 직원은 관제탑 근무요원 1만3000명을 포함한 FAA 소속 4만7000명이다. 폴 리날디 항공관제탑협회 회장은 “매일 관제탑 직원 1200~1500명이 무급 휴가를 떠나는데 미국 전역에서는 매일 2만5000여편의 비행기가 이착륙한다”고 말했다. 미 조종사연합회와 FAA 노조는 강제 무급 휴가가 불합리하다며 FAA를 상대로 현재 소송을 준비 중이다.

460억달러의 지출을 줄여야 하는 국방부도 오는 6월부터 78만명의 무급 휴가를 추진한다. 국방부 직원들은 9월 말까지 14일의 무급 휴가를 강제로 써야 한다. 개인별로는 연봉에서 12%가 깎인다. 700만달러의 지출을 줄여야 하는 백악관 예산관리국 직원 중 480명도 차례로 무급 휴가를 떠난다.

전문가들은 “가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물론이고 고급 인력의 대규모 이탈과 고용시장의 무기력증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美 경기지표도 흔들

기업에도 해고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기업의 지난 3월 해고 규모는 1년 전보다 크게 늘어난 4만9000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 증가한 수치다. 올 1분기 발표된 미국 기업 감원 규모는 총 14만5000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4% 늘어났다. 분기 기준으로 2011년 3분기 이후 최고치였다.

경기지표도 흔들렸다. 민간 경제분석기관인 콘퍼런스보드는 3월 경기선행지수가 0.1% 하락한 94.7을 기록해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교육 예산 삭감으로 학비 지원이 줄고 비자 발급이 더뎌진 탓에 대학도 울상이다. 미국 대학원생 총 정원 가운데 15%를 차지하는 해외 유학생의 대학원 지원은 올 들어 급격히 줄었다. 2013학년도 외국 학생의 미국 대학 지원은 전년 대비 1% 증가에 그쳤다. 9% 늘어난 2012학년도에 비해 급격히 줄어든 수치로 2005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대형 고객인 중국 유학생 지원도 8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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