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각료 야스쿠니 참배 절대 용납 못한다"
정부 "원칙 보여줘야"…한·일관계 초반부터 '삐걱'
한·일 관계가 새 정부 출범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오는 26일 일본을 방문해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일정을 취소했다. 일본 각료들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데 따른 조치다.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일본 내각의 2인자인 아소 다로 부총리까지 신사 참배에 나서면서 새 정부의 한·일 관계에 대한 원칙을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26일로 합의돼 있던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등 일본 내각 각료 3명은 춘계 예대제(例大祭·제사·4월21~23일)를 맞아 20~21일 야스쿠니 신사를 잇달아 참배했으며 아베 신조 총리는 화분 형태의 신사용 공물을 ‘내각 총리대신’ 명의로 바쳤다.
정부가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외교장관 회담을 취소한 것은 이례적으로 강도높게 대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한·일 관계는 원칙과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며 “신뢰가 무시되는 조치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일본 측에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는 지난해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갈등을 이어왔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아베 총리가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결국 성사되지 못하면서 불협화음이 노출됐다. 일본의 도발도 이어졌다. 박근혜정부 출범을 앞둔 지난 2월에는 시마네현이 주최하는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일본 당국이 중앙 정부 당국자를 처음으로 보냈다. 지난달 26일에는 독도를 한국이 일방적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고 이달 5일에는 ‘독도는 역사적·법적으로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외교청서(한국의 외교백서에 해당)를 발간했다.
박근혜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한ㆍ일 관계 안정화’를 내세우며 관계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정부는 외교장관회담을 준비하면서 외교채널을 통해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신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아소 부총리가 신사 참배에 나서면서 우리 정부의 관계 정상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가 됐고 이로 인해 정부가 고위급 회담 전격 취소라는 강수를 꺼내든 것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일본의 대외정책을 대표하는 총리·외상·관방장관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다음달 미국 방문에 이어 두 번째 외교행보를 중국으로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정서와 관련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미국→중국’ 순으로 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그동안 정권 출범 뒤 역대 정부가 진행했던 ‘미국→일본→중국’ 방문 순서를 처음으로 바꾸는 것이 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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