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SNS 차단은 참을 수 없다…프로그램 깔아 친구들과 수다

입력 2013-04-22 17:08
수정 2013-04-22 22:47
뛰는 회사 위에 나는 회사원

야근 식비 5000원은 부족해…非야근자 명단 올려 삼겹살 파티
숙박비 3만원 결제했다 취소…인근 고향집서 숙식 해결

개성 무시한 단체복은 싫어…인터넷 판매로 부수입 짭짤
영국법인 출장에 휴가도 붙여…항공비 아끼니 '꿩먹고 알먹고'



올해 초 대기업에 입사한 P와 그의 동기 2명은 신입사원을 ‘빡세게’ 굴리기로 유명한 홍 부장을 만나 여간 고역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매일 잘 쓴 보고서를 컴퓨터로 옮겨 쳐서 제출하라는 지시다. 보고서 사이트의 ‘복사 방지’ 기능 때문에 복사(ctrl+c)와 붙여넣기(ctrl+v)가 통하지 않아 수십 장에 이르는 보고서를 한 글자, 한 글자 직접 입력해야 한다.

지금 다른 동기들은 홍 부장을 대놓고 욕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열심히 PC 자판을 두들기고 있다. 하지만 오늘도 수월하게 과제를 끝낸 P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퇴근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모두가 ‘사이트 복사방지 해제 프로그램’ 덕분이다. 대학에서 컴퓨터 관련학과를 졸업한 P는 진작에 복사 및 붙여넣기 방지 기능을 풀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냈다. “남들은 30~40분씩 걸린다고 툴툴대지만, 전 30~40초면 끝이죠. 혹시라도 홍 부장이 알까봐 다른 동기들에게도 비밀로 하고 있어서 미안할 따름이죠.”

‘뛰는’ 회사와 상사 위에 ‘나는’ 직원들이 있다. 이번 주는 회사 또는 상사가 정한 이런저런 규정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비웃는(?) 김 과장, 이 대리들에게 한 수 배워보자.

○사이트, 막을 테면 막아봐

대학 시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게임, 채팅 등을 즐기던 고 계장은 대기업에 취직한 후 한동안 좀이 쑤셨다. 회사 전산팀에서 SNS나 채팅, 게임 등과 관련한 사이트는 아예 접속하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해놨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멍하니 있기도 뭐해서 억지로 일거리를 만들기도 했던 그는 얼마 전 컴퓨터를 잘 다루는 동기에게서 파일 하나를 건네 받고 쾌재를 불렀다. 차단된 웹사이트 접속을 풀어주는 파일이었다. 덕분에 고 계장은 요즘 몰래몰래 금지된 사이트에 드나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

아직 회사 감시망이 미치지 않은 사이트를 찾아내는 것도 방법이다. 박 과장은 회사에서 금지한 N사의 채팅프로그램 대신 아직 회사에서 차단하지 않은 G사의 채팅프로그램을 찾아내 동료들에게 전파하기 바쁘다고 귀띔했다.

○외부 출장의 기술

김 과장이 다니는 회사는 출장 때 쓴 숙박비를 회사에서 정한 기준금액만큼만 보전해준다. 문제는 하루 숙박 기준액이 3만원밖에 안된다는 것. 얼마 전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출장을 가게 된 김 과장.

그는 하루 3만원짜리 모텔로 가 숙박비를 카드로 계산한 다음 영수증을 받고서는 결제를 취소했다. 출장 기간 중 고향집에서 출퇴근한 그는 복귀 후 회사에 영수증을 제출해 숙박비를 모두 타냈다.

“회사에서 결제 취소 내역까지는 열람할 수 없다는 것을 이용했죠. 업무 규정을 위반했다고 비난하기 전에 숙박비를 현실화해주는 게 먼저 아닐까요.”

김 대리는 올초 영국법인으로 출장 일정이 잡히자 출장에 붙여 휴가를 쓰기로 했다. 오가는 날은 출장 기간에 포함돼 개인적으로 휴가를 떠날 때 부담해야 하는 항공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 제주도 등 관광지로 출장 갈 일이 생길 때면 일부러 금요일에 출장 일정을 잡은 후 주말까지 지내고 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결제는 회사, 포인트는 내가

중견기업 B사 기획팀에 근무하는 강 대리는 최고경영자(CEO) 수행비서를 겸하고 있다.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라 전화를 받는 여비서 외엔 따로 비서 업무를 보는 직원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사장 주재 임원들과의 회식도 직접 준비해야 한다. 사장 주재 회식은 인사팀에서 제공하는 법인카드를 쓰면 되지만 강 대리는 항상 자신의 카드로 회식비를 결제한다. 쏠쏠한 카드 포인트 적립 때문이다.

사장 주재 회식은 비용이 100만원이 넘을 때도 있다. 이 경우 카드 포인트는 몇 만원까지 적립되기도 한다. 이 회사엔 출장으로 얻은 항공사 마일리지도 반납해야 하는 규칙이 있지만 사장 주재 회식을 담당하는 강 대리는 예외다. “밤늦게까지 사장님 심부름을 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카드 포인트 몇 만원 정도는 가져가도 되지 않을까요.”

○회의실은 흡연실 옆으로

대기업 계열 제조업체인 A사는 지난해 사내 흡연장을 폐쇄했다. 담배를 피우려면 사무실 건물을 나온 뒤 공장을 가로질러 사업장 바깥으로 나가야만 한다. 담배 한 대 피우러 왔다갔다하는 데만 왕복 20분이 걸릴 정도다. 부서장 눈치도 있는데 20분 넘게 자리를 비울 수는 없는 일.

이 회사에 근무하는 애연가 김 대리는 힘들이지 않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 한 가지 아이디어를 짜냈다. 하루에 한두 차례 업무 협의차 찾아오는 협력업체 직원들과의 미팅 장소를 사업장 입구에 있는 회의실로 잡기로 한 것. “담배 때문에 자리를 비운다고 상사에게 욕 안 먹어도 되고, 담배도 피우고 일석이조죠.”

○야근수당을 불려라

정 대리가 다니는 회사는 야근하는 직원들에게 야근 수당과 함께 저녁 식비를 제공하고 있지만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야근 수당이 제한돼 있다. 때문에 수당도 없이 야근을 하기 일쑤다. 1인당 식비도 5000원에 불과해 고기 한 점 굽기 어렵다.

정 대리는 얼마 전부터 야근을 하지 않은 사람까지 식사 명단에 넣는 방법으로 식비를 더 받아내고 있다. 가끔씩은 ‘비싼 저녁’으로라도 기분을 달래고 싶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있는 게 야근인데 수당도 못 받고 일하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요.”

○또 다른 단체복 활용법

풋풋한 20대 새내기 직장인 K는 입사 후 철마다 회사에서 고급 단체복을 지급 받지만 스타일 때문에 입고 다니기는 싫다. 집 한구석에 쌓아놓은 단체복을 바라만보던 그는 어느 날 인터넷 쇼핑몰에 옷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고 뜻하지 않게 적지않은 수입을 얻었다. 사겠다는 사람이 예상 외로 많았던 것. 그는 앞으로도 회사에서 단체복을 지급하면 내다 팔 생각이다.

회사 주차장이 좁아 회사에서 정기주차권을 받지 못한 신입사원 L은 얼마 전부터 방문 고객을 가장해 두 시간짜리 무료 주차권을 받아 이용하고 있다. 두 시간에 한 번씩 차를 넣었다 빼는 게 번거롭긴 하지만 주차비를 아끼는 그만의 방법이다.

김일규/고경봉/강경민/강영연/정소람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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