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희 < 국민은행 WM사업부 세무사 >
서울 역삼동에 사는 재력가 김기동 씨(67)는 최고 50%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동산 일부를 자녀에게 증여하려고 한다. 그런 김씨에게 최근 지인은 손자에게 증여할 것을 권유했다. 자녀에 증여할 때보다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김씨에게 다른 얘기를 해 주는 사람도 있다. 증여 후 10년 이내에 사망하면 사전증여한 재산이 상속세 계산 때 다시 합산된다는 내용이다. 또 손자나 손녀에게 증여하면 증여세가 30% 할증되기 때문에 절세효과가 없다는 말도 들었다. 사전 증여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어떤 말이 맞는 것일까.
재산을 살아있을 때 증여하면 증여세가 나온다. 사망 이후에 재산이 이전되면 상속세가 매겨진다. 공제되는 금액을 제외하면 상속세와 증여세의 계산구조나 세율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과세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사망자)의 재산이 기준이다. 즉 재산 분배 전의 총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가 계산된다.
반면 증여세는 수증자가 받은 재산이 기준이 된다. 그래서 부동산 등의 재산이 많다면 상속개시 전에 분산해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데 세법은 사전 증여를 통한 상속세 회피를 막기 위한 장치를 두고 있다. 사망일부터 소급해서 10년 내 증여한 재산을 상속세 산출시 다시 합산해 계산하는 것이다. 증여때 낸 세금은 상속세를 계산할 때 빼준다. 법정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증여했다면 합산기준은 5년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손자나 손녀에게 증여하고 5년이 경과하면 상속세를 계산할 때 합산대상에서 제외된다.
손자 손녀에 증여할 때의 불이익도 있다. 세대를 건너뛴 증여로 판단해 증여세가 30% 할증된다. 이 때문에 손자나 손녀에게 증여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상속세와 증여세 세율은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1억까지는 10% △5억까지 20% △10억까지 30% △30억까지 40%, 그리고 30억을 초과하면 50%다. 여기에 30%를 할증하더라도 13%, 26%, 39% 등의 세율이 적용된다. 40%나 50% 세율보다는 낫다. 손자 손녀가 많다면 상속세 절세의 폭은 더욱 커진다. 증여의 분산효과 때문이다.
사실 증여 대상자로 손자나 손녀보다 사위나 며느리가 더 유리하다. 법정상속인이 아니면서 세대를 건너뛴 증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위나 며느리에게 증여하고 5년이 경과되면 상속재산의 합산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리고 증여세를 계산할 때 30%의 할증이 없다. 결국 증여를 원한다면 사위와 며느리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한주희 < 국민은행 WM사업부 세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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