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시내서 영화같은 한밤 총격전

입력 2013-04-20 03:44
경찰, 테러용의자 1명 사살…1명은 추격중

용의자들 사제폭탄 던지며 저항


“콰쾅.”

날카로운 폭음이 19일 새벽(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인근의 주거지역 워터타운의 어둠을 갈랐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의 용의자 두 명이 추격하는 경찰들과 총격전을 벌이다 던진 사제폭탄이 터지는 소리였다.

보스턴 경찰은 이날 테러 사건 용의자 두 명을 추격해 한 명은 사살했으며 다른 한 명은 계속 쫓고 있다고 발표했다. 검은색 모자에 선글라스를 낀 용의자(사진 오른쪽)는 사망했고 흰 모자를 쓴 용의자는 경찰을 피해 달아났다. 총격전 과정에서 경찰관 한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추격이 시작된 것은 전날 밤 10시30분. 용의자들이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캠퍼스 내의 편의점을 털면서부터다. 캠퍼스 경찰 두 명이 출동하자 용의자들은 경찰 한 명을 사살한 뒤 차 주인을 인질로 메르세데스 SUV를 탈취해 도주했다. MIT와 가까운 워터타운까지 도주한 용의자들은 경찰차량이 막아서자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차량 뒤에서 수십명의 경찰을 향해 총을 쏘는 한편 사제폭탄까지 투척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에 사용된 것과 비슷한 종류로 보이는 폭탄은 크기와 무게 때문에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도로 위에서 폭발했다.

이 와중에 용의자 한 명은 다시 차량에 탑승해 경찰 저지선을 뚫고 서쪽으로 도주했다. 다른 용의자는 잡혔지만 총상이 심해 이내 사망했다.

경찰은 보스턴 일대를 봉쇄하고 1만명을 동원해 도주한 용의자를 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에게는 “안전을 위해 집 밖으로 나오지 말고 문을 걸어 잠그라”는 경고방송을 되풀이했다. MIT 인근 하버드대는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해 19일 휴교령을 내렸다.

이에 앞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테러 현장에서 찍힌 용의자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하고 이들을 공개수배했다. 용의자들은 배낭을 멘 채 마라톤 코스를 따라 관중 사이를 비집고 지나갔다.

FBI는 “이 사진이 찍히고 몇 분 후에 두 개의 폭발물이 터졌다”며 “두 명 중 한 명이 결승점에 폭파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FBI는 “공개하지 않은 동영상에는 폭탄이 터진 뒤 현장을 빠져나가는 모습도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7일 텍사스주 웨스트시에서 발생한 비료공장 폭발 사고는 이번 테러와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러 용의자는 체첸 출신 형제

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 용의자들의 신원이 밝혀지고 있다. 러시아와 분리 독립을 꾀하는 체첸의 이슬람 교도들과 연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CNN 등 외신들은 두 용의자가 형제 사이로, 사망한 용의자는 26세인 형 다멜란 차르나예프이며 도주 중인 용의자는 19세인 조하르 차르나예프라고 보도했다. 차르나예프가 자신의 운전면허증을 두고 도주하면서 신원이 드러났다.

이들은 체첸지역과 접경한 러시아 북(北) 캅카스 출신으로 최소한 1년 전부터 보스턴과 인접한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지역에서 거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군대에서 훈련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담당자는 “용의자들이 이슬람 과격주의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체첸인들은 독립을 주장하며 1994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와 전쟁을 벌였지만 독립을 쟁취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 와중에 120만명이던 체첸 인구가 80만명까지 줄어드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미국은 체첸 점령 러시아군의 인권 유린을 최근들어 묵인하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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