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티를 가려주고 피부색을 밝게 하는 ‘비비크림’, 눈매를 진하고 깊어 보이게 그려 넣는 ‘아이라이너’, 눈썹을 길어 보이게 하는 ‘마스카라’…. 흔히 여성들만 쓴다고 생각하는 이런 색조화장품이 한국 남성들의 화장대에 올라가고 있다. 멋내기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를 뜻하는 ‘그루밍(grooming)족’이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 남성 10명 중 1명이 이런 멋내기 화장을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국 15세 이상 국민 1498명(여성 1000명, 남성 498명)을 조사해 17일 발표한 ‘국내 소비자의 화장품 인식도 조사’ 결과를 보면 남성 응답자의 9.2%가 색조화장품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남성들이 사용하는 색조화장품으로는 비비크림(97.8%)이 가장 많았다. 2000년대 여성 대상 화장품으로 처음 나왔던 비비크림은 남성 전용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되면서 젊은 남성들이 스킨, 로션 외에도 일상적으로 챙겨 바르는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흔히 ‘분’이라 불리는 제품인 파우더(35.6%)와 메이크업베이스(33.3%), 파운데이션(31.1%)도 남성 3명 중 1명꼴로 사용한다고 답했다. 아이라이너와 마스카라를 쓴다는 응답도 각각 26.7%, 20%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스킨, 로션, 세럼, 아이크림처럼 수분·영양 공급을 목적으로 쓰는 기초화장품도 남성들은 평균 2.3개 사용한다고 답했다. 여성이 평균적으로 쓰는 기초화장품 수인 3.2개와 큰 차이가 없었다. 또 자외선 차단제 같은 기능성 화장품을 쓴다고 답한 남성도 56%로 절반을 넘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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