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법과 질서를 배울 학생들 앞에서 이게 뭐하는 짓인지.”
17일 오전 10시께,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지난번 대한문앞 농성장 화재로 훼손된 덕수궁 담장 수리작업을 마친 중구청 공원녹지관리과 직원들이 화단을 정비하려 하자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조합원 등 7,8명이 피켓을 들고 화단 안으로 들어왔다. 김 지부장은 “인도를 왜 화단으로 가로막으려 하냐, 쌍용차노조가 아니라 중구청이 시민들을 더 불편하게 한다”며 작업을 막아섰다.
오전 11시에 있을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을 20분 앞두고 대한문 앞에는 초등학생들과 유치원생 수백명이 ‘ㄷ’자로 모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카메라를 든 외국인 관광객들도 하나둘씩 자리잡기 시작했다.
10분뒤인 10시50분, 경찰들이 중구청의 작업을 방해하던 김 지부장과 고동민 대외협력처장을 연행하자 아수라장이 됐다. 대한문에 설치된 스피커폰에선 수문장 교대식 시작을 알리는 방송 대신 “광장 사정으로 교대식이 취소됐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수문군과 악대는 깃발을 앞세우고 서둘러 광장을 빠져나갔다.
대한문 앞에 모인 학생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처음 보는 광격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싱가폴에서 온 관광객 쉬라씨는(27·여) “수문장 교대식을 보려고왔는데 경찰이 사람을 잡아가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수문장 교대식을 기다리고 있던 김수정씨(24·여)는 “교대식을 기다리던 학생들이 경찰과 노조관계자들이 보여준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고 뭘 생각할지 우려된다”고 안타까워했다.덕수궁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쌍용차노조 조합원을 연행하는 것 때문에 행사가 취소됐다”며 “이런 이유로 식이 취소된 것은 처음 같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