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밀입국 중국 여성들, 항공기 '벙커'에 어떻게 숨어 들었을까

입력 2013-04-15 21:47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중국인 여성 3명은 항공기 승무원들이 장거리 비행때 쉬거나 수면하는 ‘벙커’에 어떻게 숨어들었을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국적항공사들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의아해했다.



벙커는 승무원들끼리 부르는 명칭으로, 정식 용어는 ‘crew rest(승무원 휴식칸)’다. 승무원들은 이 곳에서 1시간30분~2시간씩 2교대로 잠을 청한다. 대형 항공기인 보잉 747-400의 경우 승무원 16명이 타며 통상 8명씩 교대로 잠을 잔다.



비행기내 벙커는 통상 2층에 있다. 이 곳으로 올라가는 길도 일반 승객이 알수 없도록 교묘하게 감춰져 있다. 우연히 이 길을 찾더라도 벙커 입구는 열쇠나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리도록 잠금장치가 돼 있다. 열쇠는 승무원들만 아는 곳에 두고 쉬거나 자기 위해 벙커로 들어갈때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비밀번호는 승무원과 사무장들만 알고 있다.



승객들이 접근하기 힘든 비밀공간이라 외국에서 검거된 범죄자들을 국내로 송환할때 사용되기도 한다. BBK 사건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국내로 송환된 김경준씨가 기내 승객들에게 안 띄게 숨어 있던 곳이 바로 벙커다.



내부에 내통자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내통자가 열쇠로 문을 따주거나, 비밀번호를 사전에 알려주지 않고서는 승객이 벙커에 출입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항공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오래된 기종의 경우 잠금장치가 고장난 경우도 많아 우연히 벙커로 침입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번에 중국 여성이 숨어있던 B747-400은 10년 이상된 기종으로, 일부 비행기들은 잠금장치가 고장난 채로 운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적항공사 승무원은 “일부 비행기는 잠금장치가 헐거워 쉽게 문을 열수 있다”며 “그래서 최근엔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리는 잠금장치로 바꾸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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