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후 첫 하한가 곤두박질
한라건설 살리기에 '총대'…계열사 통해 3385억 지원
"증자 부인하더니 뒷통수"
주주 공지 안해 법 위반 논란
GS건설 ‘실적 쇼크’의 여진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한라그룹의 ‘신용 쇼크’가 발생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라건설 회생에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가 그동안의 부인과 달리 결국 동원된 때문이다. 한라그룹은 이 과정에서 개정 상법의 취지를 위배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자금지원 규모도 예상밖으로 커 충격파가 적지 않다. 증시에 ‘신뢰 리스크’ 주의보가 내려졌다.
○만도, 유상증자 참여에 ‘하한가’
만도는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가격제한폭(14.97%)까지 내린 8만4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0년 5월 증시에 상장한 이후 첫 하한가다.
주가 급락은 부실 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지원 우려 때문이다. 만도는 지난 12일 계열사 마이스터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3786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마이스터는 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운영비로 약 400억원을 쓰고, 나머지 3385억원을 한라건설에 투입할 예정이다. 결국 만도가 한라건설에 자금을 지원하는 셈이다.
증권가는 혼란에 빠졌다. 평소 만도 측이 한라건설 증자 참여 가능성을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신뢰가 사라졌다”며 목표주가를 일제히 내렸다. 동부증권 등 일부는 ‘매도’ 의견까지 내놓았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만도가 모회사 한라건설에 자금지원하는 것은 마이스터를 중간에 넣긴 했어도 상호출자에 해당돼 최대한 피할 것으로 봤다”며 허탈해했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도 “기껏 해봐야 수백억원대 지원을 예상했는데 규모가 충격적”이라고 했다.
여파는 현대차그룹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날 현대하이스코가 7%대 폭락했으며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도 1~2% 떨어졌다. 지난 1분기 실적이 예상을 밑돌 것이란 우려가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으나, 만도의 자금지원 여파도 일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개정 상법 취지 위배 ‘논란’
한라건설의 자금지원 형태에 대해서도 시장에선 비판적이다.
한라건설은 지난달 29일 증자 관련 내용을 공시하면서 신주발행 규모나 신주 형태, 납입일 등 기본적인 사항은 다 공개하고도 정작 ‘제3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납입일(16일)로부터 2거래일 전인 지난 12일에서야 밝혔다. 이 기간 시장에선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이번 증자와 무관한 현대모비스 등의 주가가 급락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작년 4월 시행된 개정 상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개정 상법은 기업이 3자배정 유상증자 때 이사회 결의일로부터 납입일까지 2주 동안 주주들에게 공지 또는 공고하도록 돼 있다. 주주들이 관련 사실을 충분히 인지한 뒤, 불합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신주 발행을 막을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그러나 ‘제3자’에 대한 고지 의무가 법규정에 명시적으로 없는 점을 악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송창현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는 “주주들이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주자는 게 개정 상법의 취지인데 이번 한라그룹 사례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현복 한라건설 부장은 “위법한 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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