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 주가가 건설경기 침체로 재무위기에 빠진 모회사 한라건설에 대규모 자금을 수혈한다는 소식에 사상 최저가로 주저앉았다.
만도가 소액주주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대주주인 한라건설 구하기에 '올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만도는 15일 개장 직후 전 거래일 대비 1만4900원(14.97%) 급락하며 하한가(8만4600원)로 직행했다. 전 거래일에도 만도의 주가는 4.78% 추락했다. 이틀 동안 허공으로 날아간 시가총액은 약 3600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주가급락은 지난 12일 만도가 한라건설의 3435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만도의 재무 건정성 역시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실제 이번 자금 지원 이후 만도의 현금성 자산은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현금 고갈로 이자 손익 감소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만도는 앞으로 100% 자회사인 마이스터에 3786억원을 출자하고, 마이스터가 한라건설에 3385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도 나머지 50억원을 출자한다. 사실상 한라건설 유상증자 대금 대부분을 만도가 부담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간 한라건설 유상증자 참여 가능성을 적극 부인해온 만도의 경우 소액주주 가치를 훼손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투자자로 하여금 만도가 아닌 한라건설의 리스크(위험)에 그대로 노출시키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송선재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한라건설이 외부에서 유상증자 참가자를 모집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그룹 주력 계열사인 만도가 참여하게 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대주주인 한라건설의 입장에선 최악 중의 최선의 선택이지만 그 위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앉아야 하는 소액주주의 입장에선 최악 중 최악의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만도가 주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선 한라건설 리스크가 축소되는 것이 최선이지만 한라건설이 단기간에 재기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형실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한라건설이 유상증자와 별도로 골프장, 지연 사업장 매각 등 총 56000억원 규모의 자금 확보 방안을 발표했지만 건설 경기가 극도로 위축됐기 때문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며 "한라건설의 리크스가 곧 만도의 리스크가 전이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향후 한라건설에 대한 추가 지원 가능성도 높아 만도의 재무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채희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 "앞으로 관건은 한라건설에 대한 추가 지원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며 "다만 만도의 올해 영업이익은 24% 이상 증가하며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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