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한 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낸다고???

입력 2013-04-12 15:26
이자 보상배율

상장사 4곳 중 1곳 이상이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2012년 이자보상배율 현황’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12월 결산법인 666개사 중 실적 비교가 불가능한 42개사를 제외한 624개사의 이자보상배율은 3.97배로 전년보다 낮아졌다. - 4월5일 한국경제신문

☞ 기업에 투자하려면 투자하려는 기업이 얼마나 재무적으로 튼튼한지, 그리고 경영 성과는 어떤지를 알아야 한다. 이처럼 한 기업의 재무 상태와 경영 성적을 그 기업이 발표하는 재무제표를 활용해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게 바로 각종 재무비율 분석이다. 재무비율 분석은 크게 △안정성 비율 △수익성 비율 △성장성 비율 △생산성 비율 △시장가치 비율 등이 있다.

안정성 비율은 기업이 빚(채무)을 제때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보는 지표로 다시 △유동비율이나 당좌비율처럼 단기 채무상환 능력을 측정하는 유동성 비율 △부채비율, 자기자본비율, 고정비율, 고정장기적합률, 이자보상배율처럼 장기 채무상환 능력을 보는 레버리지 비율로 나뉜다.

수익성 비율은 기업이 얼마나 이익을 창출해낼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지표로 투입한 자본(투하 자본) 대비 수익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측정하는 데 활용된다. 여기엔 총자산 대비 순이익 비율을 따지는 총자산순이익률을 비롯해 자기자본순이익익률, 매출액순이익률 등이 있다.

성장성 비율은 매출이나 자산 등 외형 측면에서 기업이 얼마나 커가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총자산증가율이나 매출액증가율, 유형고정자산증가율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생산성 비율은 기업의 생산활동에 투입되는 인적·물적 자원의 능률을 측정하는 것으로 부가가치율, 자본생산성, 노동생산성 등이 있다. 이 밖에 시장가치 비율은 주가와 관련된 지표로 주당순이익, 주가수익비율, 주가순자산비율, 배당성향, 유보율 등을 꼽을 수 있다.

재무비율 분석은 여러 기업 경영 자료 중에서 재무제표 자료를 상대적으로 입수하기 쉽고 정보 가공 비용 또한 저렴해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재무제표 자체가 신뢰성이 있어야 하며, 재무비율 분석은 과거의 자료를 활용하므로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미래의 기업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안정성 비율 지표의 하나다. 기업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로, 한 회사가 번 돈으로 이자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자보상배율이 1이라는 얘기는 한 회사가 영업을 통해 번 돈이 금융회사 등에서 빌린 돈의 대가로 지급해야 하는 이자와 똑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A사가 지난해 영업활동을 통해 1억원의 이익을 냈는데 그해 은행에 지급한 이자가 1억원이었다면 이 회사의 이자보상배율은 1억원/1억원=1이 된다. 만약 영업이익은 5000만원이고 이자가 1억원이라면 이자보상배율은 5000만원/1억원=0.5다. 따라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얘기는 그 회사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으로는 이자도 다 갚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이자보상배율이 낮을수록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지난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624개사의 이자보상배율은 평균 3.97배로 전년(4.32배)보다 낮아졌다. 이들 상장사의 영업이익 총액은 61조1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77%(2조3000억원) 감소한 반면 이자비용은 14조1000억원에서 4.76%(7000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 1000원 중 이자비용으로 252원을 지출한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대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회사가 전체의 28.5%인 178개사로, 전년보다 27개사 증가했다.

상장사 가운데 4곳 중 1곳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것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초래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기업들의 과다한 빚(채무)이었다. 기업이 튼튼해야 나라경제도 튼튼한 법이다. 당국으로선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치밀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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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 적극 개입… 주주들 이익 극대화 '목청'

주주행동주의

휴렛팩커드(HP)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온 레이몬드 레인이 4일 결국 사임했다. 레인 의장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 투표 결과에 대해 심사숙고한 결과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후임 의장을 선출하기 전까지 이사회 멤버이자 주주행동주의 투자자인 랠프 휘트워스가 임시 의장직을 수행한다. - 4월5일 연합뉴스

☞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는 말 그대로 ‘행동하는 주주(activist shareholder)’를 뜻한다. 회사의 주식을 나눠 갖고 있는 주주들은 대부분 회사가 경영을 잘해 이익 중 일부를 나눠주는 배당금이나 주가가 올라 시세차익을 올리는 데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주주행동주의는 여기에서 나아가 이익 극대화를 위해 임원 선임이나 교체 등 기업의 지배구조에까지 간여하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행동하는 주주들은 기업 부실 책임을 추궁하거나 경영 투명성 제고 등을 요구한다. 때론 투자 결정에 개입하기도 한다. 행동하는 주주들은 주주총회 등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거나, 표대결을 벌이는 방법도 동원한다.

주주행동주의는 기업 경영진의 독단이나 횡포를 견제하는 한 수단이 된다. 주주들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지 않을 경우 경영진의 자리에서 쫓겨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행동하는 주주들의 목적은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일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경영진에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경영보다는 단기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도록 압력을 넣기도 한다.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낸 데이비드 아인혼 그린라이트캐피털 회장은 행동하는 주주의 한 사람이다. 애플 주식 130만주(0.12%)를 갖고 있는 아인혼은 최근 “애플이 1370억달러(148조원)의 현금을 쌓아 놓고도 주주들에게 제대로 배당하지 않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아인혼의 주장에 대해 “나머지 주주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적지 않은 큰 파장을 낳고 있다.

2006년 국내에서 KT&G 경영 참여를 시도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칼 아이칸도 대표적인 주주행동주의자로 꼽힌다. 그는 2007년부터 모토로라 솔루션스의 지분을 사들이며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2011년에는 구글이 모토로라의 새 회사인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125억달러에 인수하도록 만들었다. 2008년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최고경영자가 BEA시스템을 인수할 당시에도, BEA 지분 13%를 보유하고 있던 아이칸은 인수가를 높여 잡도록 압력을 넣었다.

칼 아이칸이나 커크 코커리언 등 행동주의 주주들은 기업 사냥꾼(raider), 주주총회 방해세력(distraction), 불만주주집단(dissident group)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1980년대 M&A 열풍 당시 단기차익 극대화를 겨냥한 결과 황제적 주주 등 탐욕적인 약탈자로서의 인식이 강하게 각인됐다. 이들의 경영 간여 부작용으로 상당수 기업들이 파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새로운 형태의 주주행동주의가 탄생하고 있다. 새 주주행동주의는 충실한 사전 기업조사, 여타 투자자들과의 공조 강화, 장기적 관점에서의 기업가치 극대화 등 기업 사냥꾼적인 주주행동주의에서 진화하는 모습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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