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오페라, 이탈리아를 노래하다 │ 전수연 지음 │ 책세상 │ 340쪽 │ 2만원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베르디는 26편의 ‘멜로드라마’를 썼다. 그의 멜로드라마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페라다. 오페라는 이탈리아어 ‘오페라 인 무지카(opera in musica)’가 알프스를 넘어 수출되면서 줄어든 말이다. 이탈리아어로 오페라는 그냥 ‘작품’이다. 누가 뭔가를 만들어 내면 그게 미술 작품이건 바느질이건 모두 오페라다. 특별히 음악 작품 오페라를 말하려면 수식어가 붙어야 한다.
베르디는 멜로드라마라는 용어를 즐겨 썼다. 지금은 멜로드라마가 ‘주로 연애를 하는 감상적·통속적 대중극’으로 통하지만 원래는 음악(melos)과 연극(drama)의 합성어였다. 문자 그대로 악극을 뜻한다. 베르디의 오페라는 악극이기도 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멜로드라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의 오페라 역시 대부분 연애를 주제로 했고 감상적이고 통속적이었다. 오죽하면 “테너와 소프라노가 사랑하려 들면 바리톤이 방해하는 것”이 이탈리아 오페라라는 말까지 있었을까.
《베르디 오페라, 이탈리아를 노래하다》는 ‘베르디언’을 자처하는 역사학자가 쓴 책이다. 베르디의 음악을 누구보다 좋아한다는 저자는 음악 대신 전공을 살려 19세기 이탈리아의 독립·통일 운동(리소르지멘토)과 베르디를 연관시키고 있다.
저자는 “베르디 시절의 멜로드라마가 현대적 함의와 명백하게 분리되는 지점은 ‘소재’에 있다”고 말한다. 베르디의 대부분 작품은 사극이다.
하지만 베르디는 검열의 위협이 살아 있던 시절에 작품을 만들면서 현안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극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나부코’ ‘에르나니’ 등의 사극을 통해 베르디는 이탈리아 민중들의 단합을 이끌어 냈다. ‘나부코’에서 히브리 노예들이 조국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가라 꿈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나 ‘에르나니’의 산적들이 합창하는 ‘일어나라 카스티야의 사자여’를 두고 이탈리아인들은 열광했다. “마치니, 가리발디, 카부르가 이탈리아 건국 삼총사라면 베르디는 달타냥”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이탈리아 제1차 독립 전쟁의 열기가 가라앉은 1850년대 베르디는 오페라 가수 스트레포니와 벌인 스캔들과 이로 인한 가족과의 불화가 반영된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1860년대 들어 베르디는 정치인으로서 통일운동에 적극 가담해 이탈리아 왕국 초대 의원으로 활동했다. 스스로를 ‘오랫동안 작곡을 하는 바보짓을 했던 중부 이탈리아 대표’라고 부르기도 했다. ‘국민찬가’ ‘동 카를로스’ ‘아이다’ 등 정치색 짙은 오페라를 만들며 ‘이탈리아 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Vittorio Emanuele Re D’Italia, 줄이면 VERDI)’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비극을 위주로 만들었던 베르디가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이 희곡인 ‘팔스타프’란 점도 흥미롭다. “모든 것은 그저 농담일 뿐이야”라는 말은 베르디의 유언과도 같다. 저자는 “베르디는 ‘팔스타프’를 통해 사후 파시스트에 독점된 동갑내기 작곡가 바그너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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