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건축자재회사 라파즈, 고객별 공략 차별화…매출 급신장

입력 2013-04-11 15:31
Let's master B2B 마케팅 (3) 세분화 전략

원재료·부품·가격·품질따라 고객들 선호도 각각 달라
세분화 필요 없다는 주장…귀찮은 일 피하려는 핑계 불과
고객들은 특별한 서비스 원해


삼성전자가 1300억달러(약 152조원) 규모에 달하는 세계 프린터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반도체 등에서 세계 1위를 하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했고, 그 시장으로 프린터를 선정했다. 프린터 시장은 세계 제1의 프린터업체인 미국의 휴렛팩커드(HP)와 일본의 캐논 등이 시장을 굳건히 지키고 있어서 공략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B2B(기업간 거래) 사업을 적극 전개해 나갈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들이 삼성전자의 프린터 사업부문을 맡고 있는 책임자라면 B2B 영역에서 어떤 마케팅전략을 펼쳐야 할까.

#마케팅의 시작은 ‘고객에 대한 올바른 정의’

B2B 마케팅의 출발점은 고객의 요구가 다양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B2B 산업이든 B2C(기업 대 개인 간 거래) 산업이든 마케팅과 영업전략의 시작은 고객을 올바르게 정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활동이 시장 세분화다. 전체 시장을 하나의 니즈로 보지 않고, 다양한 니즈가 존재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기업 컨설팅이나 프로젝트 코칭을 할 때 만나는 많은 B2B 마케팅 담당자들은 “B2C 마케팅에서는 세분화가 필요할지 몰라도, B2B 마케팅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산업 차원에서 살펴보면 B2B 산업의 고객 숫자가 적다는 데 원인이 있다. 고객 수가 적다 보니 세분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항공기 엔진용 부품 회사의 국내 고객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세분화 작업은 업무만 가중시킨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고객 차원에서 생각하면 B2B 마케팅과 세일즈의 특징에서도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B2B 마케팅과 세일즈의 키워드 중 하나는 ‘고객 맞춤 서비스’다. 맞춤 서비스가 부실하면 고객과의 관계는 언제든지 단절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고객 간 공통 니즈가 없기 때문에 시장 세분화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세분화가 비슷한 니즈를 중심으로 고객들을 묶는 것임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의견이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살펴보면 현실은 이런 주장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B2B 고객 수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고객별로 니즈가 다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고객들의 니즈가 완전히 다르지는 않다. 분명 공통 니즈가 있다. 나머지는 공통 니즈로부터 빛의 스펙트럼 형태로 퍼져나가는 것뿐이다. 니즈가 스펙트럼처럼 분산되기 전에 보이는 핵심만 알아도 세일즈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둘째, 국내 해당 산업의 고객이 소수에 불과하지만 급격한 글로벌화로 잠재 고객이 늘어가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그림1)

셋째, B2B 시장에서 세분화 무용론이 나오게 된 것은 두세 개 고객만 집중적으로 방문하면 되기 때문이다. 고객 수가 많으면 맞춤 서비스가 부담스러워 잘 아는 고객 위주로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경영진이 가장 많은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다. 반면에 고객 수가 적은 경우에는 공통의 니즈를 찾으려 하지 않고 맞춤 서비스에만 주력하다 성과를 못 내는 경우가 많다.

#고객의 차이를 인식하고 분석해야

B2B산업에서 세분화가 필요 없다는 주장은 귀찮은 일을 피하려는 핑계거리에 불과하다. B2B 고객들은 사용하려는 원재료나 부품 등에 대해 품질, 가격 민감도 등이 각각 다르다. 피상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차이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활동이 B2B 기업의 세분화 작업이다.

세계적 건축자재 회사인 라파즈는 고객들의 차이를 분석, 맞춤전략을 펼쳤다. 건축 관련 고객들은 일반적으로 품질은 높고 가격은 낮은 제품을 선호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공급자들은 항상 이 조건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라파즈는 고객군(群)을 △가격중시형(기본적인 품질을 갖춘 제품을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데 주력) △품질중시형(양질의 시멘트를 프리미엄 가격에 제공) △관계중시형(구매 담당자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각종 정보의 습득과 활용)으로 나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고객집단별로 접근 방법을 달리해 매출이 급성장했다.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하는 데도 성공했다.

라파즈의 경우처럼 B2B 기업이 세분화 전략을 활용해 마케팅 활동을 펼치면 다양한 장점이 있다. 먼저 공략 대상 기업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고객사를 분석하라고 하면 상품, 매출, 구매 기준 등을 조사한다. 세일즈 담당들이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무엇을 조사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이를 보고 통찰력을 얻을 만한 정보가 거의 없다. 남들이 다 아는 정보로는 고객들에게 차별된 가치를 제공할 수 없다. 진짜 필요한 정보는 고객 기업의 전략, 구매정책, 구매를 결정하는 구매센터, 조직의 다양한 문화적 요인 등이다.

둘째, 공략 우선순위 기업을 선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분화를 통해 비슷한 니즈를 가진 기업들을 묶어보면 가장 큰 관심을 보일 수 있는 고객사를 찾을 수 있다. 셋째, 실행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다. B2B 마케팅과 세일즈 실무자들은 협상과 거래가 진행될수록 고객으로부터 다양한 요구를 받게 된다. 예상치 못한 요구 때문에 거래 자체가 힘들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세분화 전략은 고객들이 어떤 요구를 할 것인지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세분화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니즈 스펙트럼 분석법이나 계층적 접근법 같은 기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그림 2)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으로 돌아가 보자. 이 회사에 적절한 접근방법은 △B2B 시장을 비슷한 니즈를 가진 고객 군집으로 묶고 △그들에게 맞는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다양한 고객군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B2B 고객들은 붕어빵처럼 획일적인 가치가 아니라 차별화된 서비스를 원한다. 그래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동균

B2B마케팅 온·오프라인 교육문의=한경아카데미 (02)360-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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