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LTE 통신 장비 시장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노키아, 에릭슨이 장악하고 있는 유럽에서 잇따라 장비 계약을 성사시켰고, 미국에서는 중국산 통신장비를 규제하는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통신 장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애정을 갖고 진두지휘하는 사업으로, 반도체 스마트폰에 이어 삼성의 핵심 사업군이 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삼성전자는 11일 아일랜드 이동통신사업자 '허치슨 3G'와 LTE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홍콩 허치슨 왐포아 그룹의 자회사인 아일랜드 허치슨 3G는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아일랜드 인구 99.5%를 커버하는 전국 네크워크를 구축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LTE 장비를 사용해 올해 8월 수도 더블린을 시작으로 전국망 LTE 서비스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허치슨 왐포아 그룹의 또 다른 자회사인 영국 허치슨 3G와도 LTE 장비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2월에는 스페인 통신사업자 텔레포니카와 남미시장 LTE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두 계약 모두 이 부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 허치슨 3G와의 계약 역시 이 부회장이 물밑에서 힘을 쏟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통신장비에 관심을 두고 직접 챙기고 있다"며 "그만큼 이 시장의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LTE 장비 시장이 지난해 두 배가 넘는 1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G를 포함한 전체 네트워크 장비 시장 규모는 5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국내 통신 장비 시장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노키아, 에릭슨, 알카텔루슨트, 화웨이 등 유럽·중국 업체에 밀려 5위권 밖이다.
이번 아일랜드 허치슨 3G와의 계약을 통해 유럽 시장 확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중국산 통신 장비 규제 움직임도 삼성전자에 호재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정보보안을 이유로 주요 공공기관의 중국산 통신장비 구매를 규제키로 결정하면서 삼성전자가 이 틈을 뚫고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반 기업들도 정부의 이같은 방침을 따라 중국산 장비 구매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10년 미국 이통사업자인 스프린트에 통신 장비를 공급한 이후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전 세계 최대의 LTE 시장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 장비는 B2B 시장이기 때문에 진입하기는 어려운 반면, 일단 신뢰를 얻고 나면 공급계약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며 "삼성전자는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진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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