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급증 빨간불"
피치, 위안화 채권 등급 내려
신용평가사 피치가 중국 지방정부의 위안화표시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중국 정부 채권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무역수지도 13개월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부터 보여온 경제 회복세에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피치는 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중국의 위안화 장기채권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내리고 전망은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인 외화표시 채권 신용등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조387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감안해 종전대로 ‘A+’를 유지했다.
피치는 등급 강등의 이유로 “낮은 평균 소득, 뒤떨어진 정부 수준 등 중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함께 급격히 늘고 있는 은행 대출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피치에 따르면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을 포함한 중국의 총 신용대출은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198%에 달한다. 이는 2008년 말의 128%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증가 속도가 카타르에 이어 두 번째라고 피치는 설명했다.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GDP의 25%인 12조8500억위안에 달한다.
피치는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 비율이 높고 유사 금융인 이른바 그림자 금융의 위험도 커져 중앙정부의 구제금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게이브칼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2011년 6월 말 약 17조1000억위안으로 2009년 말의 8조4000억위안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도 “중국 그림자 금융의 빠른 성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유사한 면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3월 무역수지도 8억8000만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수출 증가가 기대를 밑도는 가운데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당초 11.7%로 점쳐진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폭은 10.0%에 그쳤고 수입은 14.1% 증가해 예상치(6%)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한편 위안화 환율은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장중 6.1934위안으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
■그림자 금융
shadow banking.
은행권 밖에서 은행과 비슷한 신용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은행과 같은 엄격한 감독과 규제를 받지 않는 신용공여를 총칭한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 비은행권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금융활동과 사채 전당포 등 제도권 밖에서 창출하는 민간 대출, 은행의 부외활동(위탁대출, 은행인수어음 등 은행 재무제표에 기록되지 않는)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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