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정무수석…'대처'책 10여종 구입
영국병 치유 과정 등 위기극복 리더십 탐구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등 참모들의 책상에는 요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다룬 책이 한두 권쯤 꽂혀있다. 이른바 ‘대처리즘’을 통해 1980년대 영국의 시장경제를 활짝 꽃피운 대처의 리더십과 위기 극복과정을 탐구하기 위해서다.
그 중에서도 대처에 관한 책을 가장 열심히 탐독하고 있는 이는 이정현 정무수석이다. 이 수석은 대처 전기나 리더십을 다룬 책은 물론 대처리즘을 분석한 책까지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모두 구입해 ‘열공’하고 있다. 이 수석은 “요즘 대처 관련 책을 다시 읽으면서 공부하고 있다”며 “나만큼 대처에 관한 책을 많이 읽은 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중에는 대처를 주제로 한 책이 10여종 나와 있다.
그는 “대처와 관련해 여러가지 책이 있는데 특히 영국병을 앓고 있었던 때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대처했는지, 그런 점을 유심히 보고 있다”며 “지금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리더십은 위기관리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책에 나오는 일화도 들려줬다. 그는 “영국에선 대처 집권 때 어린이들이 엄마한테 ‘우리나라에서도 남자가 총리가 될 수 있어’라고 물었다고 한다”며 “대처 재임 기간이 13년으로 길었던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성 지도자로서 그만큼 일을 잘했으니까 그랬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3년 뒤엔 아이들이 ‘엄마, 우리나라에서 남자도 대통령이 될 수 있어’라고 물을 수 있도록 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비서관도 “대처 관련 책을 읽으면서 경제 위기 극복 리더십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은 재킷 가슴 왼쪽 한참 위에 커다란 브로치를 다는 등 옷 입는 스타일까지 대처와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출마 당시 대처 전 총리와 비교됐다. 당시 모토였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가 대처리즘과 닮았다는 이유에서 였다.
일각에선 대처가 영국병을 치유할 수 있었던 이유가 과도한 복지를 배격하고 시장경제 원칙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근혜정부가 내세우는 복지와 경제민주화 등이 대처리즘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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