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ET 홍콩콘퍼런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교수, 엔저정책은 일본경제에 큰 도움 안될 것

입력 2013-04-08 17:15
수정 2013-04-08 23:28
조지 소로스와 한경이 함께하는 CHANGING OF THE GUARD?

한국 기술력·인적자원 강점…새 시대 주인공 될 수 있어
키프로스 예금에 세금부과 잘못…유럽이 위기 극복할지 의문





“앞으로 유럽과 미국은 어려움을 겪지만 중국 등 신흥국은 성장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강화될 겁니다.”

지난 6일 홍콩에서 열린 ‘새로운 경제적 사고를 위한 연구소(INET)’ 주최 ‘경제권력의 위병교대식’ 포럼에서 기자와 만난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경제학과 교수(69·사진)는 “세계 경제의 주인공이 바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 경제의 새로운 주인공 탄생

스펜스 교수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이 세계 경제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이 현재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할 때 절반 정도의 경제 규모를 갖고 있지만 10년 정도면 비슷한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미국, 유럽, 중국 등 3개국이 세계 경제를 이끄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극 체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외에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인도 등 신흥국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스펜스 교수는 “위기를 겪으며 신흥국의 역할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며 “이들은 위기 속에서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위기로 미국의 쇠퇴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신흥국 중심의 새로운 세계에 미국이 잘 적응하길 빈다”고 덧붙였다.

한국도 새로운 시대에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장점이 많은 나라”라며 “높은 수준의 인적자원과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펜스 교수는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말했다. 발전된 나라에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 안의 불평등도 다른 나라보다 심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불평등 역시 세계적 흐름의 하나”라며 “정부가 이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발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과 복지, 제도 개선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펜스 교수는 “교육을 통해 계층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다”며 “인적 자원을 키우는 것은 국가 경제 발전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저소득층에 복지를 확대하고 세금 제도 등 국가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불평등 해소의 한 방법”이라고 했다.

스펜스 교수는 일본의 엔저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언제나 중앙은행이 실용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유가 뭐든 통화가치가 상승하면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리액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엔저정책이 일본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로존, 세계 경제의 문제아

스펜스 교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으로 인해 세계 경제 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기업과 가계에서 채무를 줄이는 등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유럽은 위기를 가져온 시스템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며 “유럽 때문에 세계 경제의 회복 속도도 느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 통합을 강화하는 것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는 정치적 문제라 쉽지 않을 것”이라며 “청년실업률이 50%를 넘어서는 등 조정 과정이 너무 느리고 고통스러우면 유럽 각국이 통합의 길을 포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키프로스 구제금융 조건을 보면서 유럽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졌다고 했다. 스펜스 교수는 예금에 세금을 부과한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었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소액 예금자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섰지만 예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것”이라며 “유럽 다른 나라에서도 유럽연합(EU)이 예금에서 부담금을 내놓으라고 할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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