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 가격 급등 호재…2012년보다 영업익 57% 늘어
애플 공급량 줄인후 '성과'…"1분기 바닥찍고 상승 지속"
삼성전자가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5일. 여기저기서 “삼성 반도체가 살아났다”는 얘기가 나왔다. 애플 의존도를 낮추면서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안 팔리면 삼성 반도체도 따라 운다’는 속설을 보기좋게 뒤집었다. D램 공급 부족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장기간 상승하는 ‘슈퍼 사이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1분기 삼성 반도체사업부의 영업이익을 1조1000억원대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6조원 이상 번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폰 사업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익의 질 측면에선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우선 작년 1분기(7000억원)보다 이익 규모가 57%가량 늘었다. 이 때문에 올해 전체적으로 반도체 사업의 수익성이 지난해 수준을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른 사업부와 마찬가지로 삼성 반도체 부문도 비수기인 1분기에 바닥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곡선을 그린다.
1조원대의 이익이 애플의 부진 속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도 삼성의 강한 경쟁력으로 꼽힌다. 그동안 애플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들면 애플 경쟁 상대인 삼성 무선사업부는 반사이익을 얻지만,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 반도체사업부는 직격탄을 맞아왔다.
그러나 이번엔 삼성 반도체사업부도 애플과의 동병상련 처지에서 벗어났다. 애플은 1분기에 삼성의 절반가량인 35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 데 그쳤지만, 삼성은 반도체 부문에서 선방했다. 애플은 작년 9월 내놓은 아이폰5부터 삼성 메모리 반도체 물량을 크게 줄여왔다. 또 스마트폰의 두뇌격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도 삼성전자에서 대만의 TSMC로 구매처를 돌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모바일AP는 삼성이 애플에 판매하는 부품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삼성은 지난해 애플에 모바일AP를 독점 공급, 4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애플발 악재를 메모리 반도체의 매출 확대로 극복했다. 지난해 약세를 보여온 PC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1분기에 급등한 게 호재로 작용했다. 시장 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주력 제품인 DDR3 2Gb(기가비트)의 고정거래가격은 작년 12월 개당 0.81달러에서 지난달 말 1.31달러로 석 달 만에 61.7% 급등했다. 32Gb 낸드 고정거래가도 지난달 말 개당 2.88달러를 기록, 올 들어 19.8%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과점 구조로 바뀌면서 D램과 낸드값이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이 일본 엘피다를 인수하고 대만 군소업체들이 정리돼 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강 구도로 재편됐다. 낸드플래시 업체도 삼성전자, 일본 도시바,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 사실상 4개밖에 없다.
김성인 키움증권 상무는 “1분기에 애플 의존도가 높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거의 이익을 내지 못했는데 반도체 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메모리 반도체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메모리 반도체 수급이 빡빡할 것으로 예상돼 반도체 사업의 수익성이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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