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대형마트 판매품목 제한' 찬반 토론

입력 2013-04-05 14:13
서울시가 지난 3월 대형마트에서 팔 수 없는 51개 품목을 정했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한 이후 두 번째 규제다. 서울시는 동네슈퍼와 재래시장 등 이른바 골목 상권으로 소비자들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들은 판매품목 제한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 등 상인들을 위해 강제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생글기자 4명이 이에 대한 찬반 배틀을 펼쳤다.


반대 "소비자 편익을 무시하는 만큼 즉각 철회돼야 한다"

서울시가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해 판매제한 조치를 취한 품목은 채소 17종, 신선 조리식품 9종, 수산물 7종, 기호식품 4종, 정육 5종, 건어물 8종, 종량제 봉투 등 51가지다.

우선 재래시장 상인들은 서울시의 방침을 환영하고 있다. 영업시간 규제에 이어 판매품목 제한이 실시된다면 재래시장 등 골목상권의 매출이 당연히 증가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잠식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형마트가 개점하기 전 사업조정제도를 통해 판매 품목 축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중소기업청장이 대형마트에 권고할 수 있도록 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과 정책은 실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결과다. 21세기 상품의 정의는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서비스, 위생 등을 비롯한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된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돈을 주고 상품을 살 때 서비스, 위생 등을 당연히 고려하게 되며 이는 소비자들이 먼지 낀 구멍가게에서 구매를 꺼려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정확한 원산지, 현대화된 시설, 친절한 서비스 등 대형마트나 SSM이 가진 경쟁력은 재래시장에 비해 뛰어나다. 그러나 카드 거절, 영수증 미발급, 비위생적인 환경, 불리한 접근성 등 재래시장의 단점들을 본다면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를 선택하는 것은 시장 경제적 이론에서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이런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원인을 마냥 대형마트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런 식의 대형마트 규제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할 수 있을지 또한 의문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반 강제적으로 재래시장을 이용하다 불편함과 불친절 등을 느끼게 된다면 편의점, 하나로마트 같은 대형 슈퍼마켓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 있다. 따라서 대형마트 판매 품목 제한에 따른 재래시장 매출 증가는 단순한 반사이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51종의 품목들은 대형마트의 매출구성 면에서 15~20%, SSM의 경우에는 약 35%를 점유하는 품목이다. 그리고 이마트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판매 제한에 따른 연매출 감소액은 2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대형마트에는 수많은 품목들이 있기에 대형마트에 생필품 판매 제한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과는 정확히 상반되는 조사 자료다.

결국 대형마트들은 ‘의무휴업’이란 타격을 받은 데 이어 자신들에게 납품하는 농어민들과 계약을 줄여나가게 될 것이고 마트를 찾는 고객 감소로 인해 공산품을 비롯한 많은 임대업체와 비정규직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납품 농어민과 협력업체 등은 위 정책으로 인해 월 매출이 20~3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대형 유통업체 규제를 통해 재래시장을 살리겠다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은 자생력을 잃고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자생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것이다. 결국 골목상권을 살릴 방안을 찾고 대형마트도 자율적 상생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는 좋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재래시장이 소비자에게 외면당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서울시의 51개 판매품목 제한은 철회돼야 하며 재래시장이 그들만의 경쟁력을 갖추고 자생력 강화 방안이 촉진되지 않는 이상 판매품목 제한 등의 규제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김형균 생글기자 <송원고 3년, hihgk6824@naver.com> / 이상명 생글기자 <경주여고 3년,
ysm95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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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골목상권 삼키는 대형마트 제한은 선진국들도 한다"

서울시는 대형마트 등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 휴무제 필수 운영 등 여러 규제들을 잇따라 시행했다. 이번 판매품목 제한조치는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가 이토록 강력한 조치를 취하게 된 이유는 서민이 중심이었던 재래시장과 각종 골목상권의 위축이 점점 심화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대형마트가 거리마다 들어섬으로써 재래시장과 골목 상점에 큰 위기를 가져다주었으며 각종 중소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서울과 광주 등 여러 지역의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재래시장이나 골목 잡화점의 자영업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시장 공급의 균형에 막대한 변화를 일으켰고, 결국 재래시장과 골목 상점은 유통업계의 벼랑 끝까지 몰리게 됐다.

물론 이런 제한 조치가 시장의 효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서민 상권의 뒷걸음질은 사회 계층 간 갈등이나 부의 격차가 더 커지는 악영향을 몰고 올 수 있다. 현재에도 우리나라의 빈부 격차는 더 심화되고 있고, 이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다양한 복지정책이 등장했던 것도 국민들의 관심이 빈부격차 문제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가지 예다.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이 서민인 것을 고려할 때 이번 정책은 소상공인들의 소득을 보장해줘 빈부 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골목상권이 이런 규제에 의존하게 되고, 소비자들의 권익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즉 장기적으로는 골목상권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번 조치는 그 이전에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한시적 정책이어야 할 것이다.

재래시장과 골목상권 같은 서민시장 보호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나라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여러 선진국의 경우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다양한 방지책을 마련해두었다. 독일은 1968년부터 대형마트의 지역 제한과 규모를 제한하고 있으며, 일본은 대규모 소매점포입지법을 통해 대형마트와 SSM을 규제하고 있다. 프랑스 또한 1000㎡ 이상 유통점의 경우 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만 설립이 가능하도록 규제해 놓았다. 선진국들은 괜히 이런 정책을 시행하겠는가 반문해봐야 한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재래상권을 보호하는 손길이 정부의 개입으로 마련될 수 있고, 재래시장 보호가 전통문화 보호라고 보기 때문이 아닐까. 이들 나라에서도 오랜 기간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과 똑같은 논란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들의 사례는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등 이해당사자들이 도입 초기엔 대립할 수 있으나 실시하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음을 대변해준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면 이런 점도 본받아야 한다.

물론 이런 규제가 시장경제의 원리에 어긋나는 면이 없지는 않다. 정부의 이런 규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도록 하며, 시장의 효율적인 배분을 막는다. 그렇지만 빈부격차 완화와 정부의 목표 중 하나인 형평성 제고를 위해 이번 조치는 분명히 필요한 조치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형마트들이 경쟁적으로 인근에 세우고 영업경쟁을 하는 곳에선 대형마트가 지역상권을 무너뜨리는 블랙홀로 작용한다. 대형마트의 막강한 영업력과 자금동원력은 상권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정도다. 대형마트와 동네상권 간 싸움은 마치 헤비급과 플라이급이 한 링에서 경쟁하는 것과 같다.

김호기 생글기자 <대구과학고 3년, ghrl6173@naver.com> / 원지호 생글기자 <광동고 3년, jihowon95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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