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102> '와인 최강국' 프랑스가 와인을 수입하는 이유는?

입력 2013-04-05 13:48

프랑스는 와인 생산량과 수출량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세계적인 와인의 나라다. 전 국토의 57%가 경작지이고, 지형과 토양, 기후 등 포도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들이 최적의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종류의 와인이 생산된다. 하지만 다른 와인 생산국의 경우 다양한 포도를 재배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프랑스 와인과 경쟁할 만한 품질의 와인 생산 능력도 부족하다. 호주, 칠레, 미국 캘리포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많은 국가들이 질 높은 와인 생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프랑스 와인에 대한 세계인들의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 와인에 대한 선호가 이렇다 보니 ‘세계의 와인은 프랑스 와인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프랑스 와인에 대한 선호와 자부심은 대단하다.

하지만 이런 프랑스도 자국에서 생산하지 않고 수입을 통해 소비하는 와인이 있으니 바로 ‘아이스와인(Ice Wine)’이다. 아이스와인은 당도가 매우 높은 디저트 와인이다. 아이스와인에 사용되는 포도는 가을에 수확하지 않고 두었다가, 겨울 추위가 한창인 12월 중순이 지나 영하 8도 이하의 기온에서 수확한 포도를 원료로 사용한다. 당도를 유지하기 위해 수확 땐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반드시 손으로 따야 한다. 영하의 기온에서 수확해야 최상의 와인이 나오기 때문에 새벽 3시쯤에 시작해 해가 뜨기 전인 아침 7시께 작업을 마치게 된다. 이 외에 당과 수분을 분리하는 작업도 야외에서 진행돼 인건비 지출 비중이 매우 높다. 또한 언 포도의 높은 당도를 활용하기 위하여 수분은 압착한 후 제거해버리므로 일반 와인의 절반 정도밖에 생산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생산방식의 특징으로 동일 수준의 일반 와인에 비해 3~4배나 높은 가격이 책정된다.

아이스와인과 비교우위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대부분의 와인에 특화돼 있는 프랑스가 왜 유독 아이스와인만은 수입하는가 하는 점이다. 프랑스는 유럽 기후의 축소판이라고 할 만큼 해양성, 대륙성, 지중해성 기후를 모두 가지고 있다. 와인 생산에 있어서도 다른 국가들에 견줄 수 없는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직접 아이스와인을 생산해 프랑스 국내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나다산 아이스와인의 7대 수출국은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다. 와인의 양이 일반 와인의 절반밖에 되지 않고, 비싼 종의 경우 우리 돈으로 30만원이 훌쩍 넘어 적은 비용으로 생산해 낼 유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서 아이스와인만큼은 수입에 의존한다. 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졌을까?

이에 대한 답은 경제학에서 리카르도의 비교우위이론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비교우위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절대우위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한 경제 주체가 다른 경제 주체들보다 어떤 활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때 이를 가리켜 ‘절대우위’에 있다고 한다. 여기서 효율적이라는 것은 동일한 제품을 생산할 때 더 적은 시간 혹은 비용으로 생산하거나, 같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을 때 더 많은 제품의 생산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반면 비교우위는 한 경제 주체가 다른 경제 주체에 비해 어떤 활동을 ‘상대적으로’ 잘 할 때 ‘비교우위’에 있다고 한다. 절대우위와 비교우위의 중요한 차이점은 고려되는 비용의 성격이다. 즉 절대우위의 경우 실제로 투입되는 비용 혹은 시간이 기준이 되지만, 비교우위에서는 기회비용이 기준이 된다. 기회비용은 어떤 활동을 하게 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것의 가치를 의미한다.

캐나다의 새 성장동력

대부분의 와인 생산과 관련된 최적화된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스와인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스와인은 날씨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너무 덥거나 추워도 안 되고, 일교차도 중요하다. 프랑스 동부지방의 경우 기후조건과 더불어 축적된 와인 생산 노하우가 있어 캐나다에 비해 더 적은 비용으로 아이스와인을 생산해낼 수 있다. 하지만 아이스와인의 까다로운 생산조건으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일반 와인을 캐나다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다. 반면 캐나다의 아이스와인이 주로 생산되는 나이아가라 지역은 혹한의 추위가 계속돼 농업이 발전하기 매우 열악한 지역이다. 실제 1960년대 이후 제조업의 쇠퇴를 배경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원이 필요하였고, 그 결과로서 발견해낸 성장 동력원이 아이스와인이다. 이는 다시 말해 나이아가라지역의 경우 다른 어느 종의 와인보다 아이스와인을 효율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캐나다 아이스와인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82년 처음 제품이 나온 이래 높은 당도의 품질로 짧은 시간에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이스와인이 주로 생산되는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지역은 혹한의 추위가 계속되는 열악한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어 그 누구도 높은 품질의 와인 생산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곳이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제조업 부문 경쟁력이 약해져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했던 나이아가라 지역 주민들은 다양한 노력 끝에 와인 생산에 성공했고, 세계 최대의 와인 생산국인 프랑스에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에 비해 농업에 있어 절대적인 열위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점이었던 독특한 기후환경을 적극 활용해 비교우위를 확보한 것이다.

프랑스 입장에서는 아이스와인을 생산해 얻게 되는 사회후생의 증가보다 투입되는 기회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아이스와인이 일반 와인에 비해 3~4배 비싸게 판매돼 높은 수익이 가능하지만, 특유의 까다로운 생산조건으로 인해 일반 와인 생산에 비해 많은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따라서 보다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한 일반 와인의 생산에 주력하고, 아이스와인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후생증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예컨대 포도 생산에 있어 한참 뒤처진 캐나다가 와인의 본고장인 프랑스에 와인을 수출하는 행위가 결과적으로는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다.

노력으로 절대열위 극복

이처럼 비교우위의 창조는 절대열위에 놓여 있는 국가라 하더라도 절대우위를 점한 국가로의 수출을 가능하게 한다. 즉 주어진 한계에 굴복하지 않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자국의 이익은 물론이거니와 전체의 후생을 도모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칠레를 시작으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자유무역을 통한 이득을 추구하고 있다. 한편 농업부문의 경쟁력 약화가 FTA 체결에 따른 단점으로 자주 언급된다. 이런 상황에서 캐나다의 아이스와인을 통한 비교우위의 창출 사례는 앞으로 한국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고 할 수 있다.

김동영 <KDI 연구원 kimdy@kdi.re.kr>



< 경제 용어 풀이 >

▨절대우위(absolute advantage)와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

한 경제 주체가 어떤 활동을 다른 경제 주체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을 때 절대우위에 있다고 한다. 반면 한 경제 주체가 수행하는 어떤 활동의 기회비용이 다른 경제주체에 비해 낮을 때 비교우위에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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