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이 문제다

입력 2013-04-04 17:11
수정 2013-04-04 21:30
환경부가 어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유해물질 사고에 고강도 책임을 묻겠다며 기업규제 방안들을 쏟아냈다. 일정기간에 3회 연속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영업을 취소하겠다는 삼진아웃제, 사고가 생길 때 사업장 외부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장외영향평가제도, 환경오염 피해 발생시 원인자에 대한 피해배상책임제도 등의 도입이 그렇다. 환경부는 강력한 규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물론 최근 잇달아 터진 사고에서 보듯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다. 환경도 마찬가지다. ‘안전 경영’ ‘친환경 경영’은 이미 선진기업의 조건이자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산업현장에서 일어난 각종 사고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기업 스스로 이런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정부 또한 고민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무조건 일이 터지면 엄벌하겠다는 식의 사후적 규제부터 도입하고 보는 행정 관행이다. 당장 삼진아웃제만 해도 그렇다. 사고를 내고 싶어서 내는 기업은 없다. 게다가 최근 사고는 노후화된 시설 탓이 크다. 정부가 시설대체투자 확대를 유인할 생각 없이 삼진아웃제부터 도입하겠다는 것은 더 이상 사고 안 나게 아예 공장 문을 닫으라고 위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장외영향평가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도 환경 교통 고용 성별 등 부처마다 온갖 영향평가가 넘쳐난다. 하나같이 부처 권한을 키우고, 조직과 사람을 늘리는 게 공통된 수순이었다. 실효성이 있다는 보장도 없다. 평가하는 쪽의 의중을 그대로 반영하는 허울 좋은 구실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환경오염 피해배상책임제도도 똑같다.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운 게 환경피해 인과관계다. 기업에 책임부터 묻겠다는 것은 결국 기업규제를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

규제 일변도의 환경행정은 성공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자칫 투자와 일자리만 줄이는 결과를 가져오기 일쑤다. 선진국들이 시장 메커니즘이나 인센티브를 활용한 환경정책으로 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도 쓰레기 종량제 같은 성공사례가 이미 있다.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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