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석 매표화학 사장 "낙관용 인주, 일본 화가들도 반했죠"

입력 2013-04-04 17:01
수정 2013-04-04 22:31
中企 2세 성공열전 (8) 최윤석 매표화학 사장

부친과 100년 장수기업 약속
불황에도 신규투자 강행

신제품 성공…매출도 쑥쑥
독일과 제휴…문구사업 준비


서울 장충동에 있는 인주 및 스탬프제조기업 매표화학. 이 회사의 최윤석 사장(50)은 지난해 10월 명함을 다섯 통이나 썼다. 서울 곳곳의 시중은행을 찾아다니며 인사하는 데 든 것이다. 대출을 쓰지 않아 은행 거래가 없음에도 발품을 팔고 다닌 것은 시장 조사를 위해서였다. 인주와 스탬프 수요가 많은 곳 중 하나인 은행이 어느 회사 제품을 쓰는지, 매표화학 제품을 쓰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어떤 신제품을 필요로 하는지 수첩에 빼곡히 적었다.

그렇게 시장 수요 조사를 마쳤지만 고민은 컸다. 신제품을 제작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서였다. 주변에선 “지금 같은 불황에 왜 새로 투자하느냐”며 만류했다. 그러나 그는 금형 발주를 강행했다. 최 사장은 “잉크가 안에 들어 있어 연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잉크 내장형 스탬프’는 대부분 중국산이고 국산은 하나도 없었다”며 “국내 1위 기업으로서 국산화 노력을 계속하고 신제품을 내놓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매표화학은 1946년 설립된 국내 인주·스탬프 원조기업이다. 최 사장의 부친인 고 최상봉 회장이 창업, 시장 점유율이 85%에 달하는 국내 1위 기업으로 키워냈다.

부친의 사망으로 최 사장이 가업을 이어받은 것은 2007년. 그때는 시장 상황이 부친 때와 비교해 180도 달라져 있었다. 컴퓨터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고 전자결재나 서명이 일반화하면서 인주와 스탬프 수요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매표화학의 한 해 인주 생산량이 1990년대 100만개를 훌쩍 넘었지만 최근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스탬프 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업황이 녹록지 않음에도 신규 투자를 강행한 것은 아버지와의 약속이 큰 영향을 미쳤다. 매표화학을 100년 이상 존속하는 장수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약속이다. 최 사장은 “창업 기업의 5년 후 생존율이 30%가 채 안 되는 게 우리나라 창업의 현주소”라며 “독일이나 일본처럼 역사가 100년이 넘는 기업이 많이 나와야 젊은이들 사이에 ‘창업은 해볼 만하다’는 희망이 싹틀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시장 상황이 바뀐 만큼 최 사장 자신도 ‘제2의 창업’을 하는 마음으로 가업을 승계했다. 창업 초기 기업인들처럼 직접 시장 조사에 나서는 것뿐 아니라 새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하나둘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1년여 전 내놓은 낙관 전용 인주 신제품은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얇은 화선지에 사용해도 기름이 번지지 않는 장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문예인들 사이에서 ‘명품 인주’로 통한다.

최근 한 일본인이 “낙관용 인주를 사고 싶다”는 편지와 함께 현금 4만엔을 보내오기도 했다. 최 사장은 “인주 선진국 일본에도 좋은 제품이 많은데 매표화학 제품을 쓰고 싶다고 연락을 해와 뿌듯하고 자신감도 생겼다”며 “줄곧 감소하던 인주 매출이 반등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창립 이래 처음으로 해외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것도 임박했다. 170여년 역사의 독일 문구업계 강소기업 C사와 손잡고 국내 문구류 시장을 공략하는 제휴다.

최 사장은 “전국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매표화학 도매상을 통해 독일 제품을 판매하는 신사업을 하반기 시작할 예정”이라며 “독일 기업은 한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매표화학은 제품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제휴를 성사시키기 위해 이틀이 멀다 하고 독일을 오가고 있다.

그는 “2세는 잘하면 당연한 거고, 못하면 욕 먹는 게 한국 가업 승계의 현실”이라며 “돌탑을 쌓는 데 하찮은 돌은 없다는 아버지 말씀을 유념하며 100년 장수기업으로 가는 크고 작은 주춧돌을 계속해서 놓겠다”고 강조했다.

최윤석 사장은

△1964년 서울 출생 △1983년 서울 중동고 졸업 △1986년 경원대 경영학과 졸업 △1988년 경원대 경영학 석사 △2007년 매표화학 대표이사 사장

매표화학은 국산재료로 제작…직원 정년은 70세

매표화학은 최윤석 사장의 부친인 고 최상봉 회장이 1946년 6월15일 서울 쌍림동에 세운 삼성화학공업사가 전신이다. 같은 해 장충동으로 이전하면서 사명을 매표화학공업사로 바꿨고 2000년 8월 매표화학으로 다시 문패를 바꿔 달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산 인주와 스탬프를 만든 회사로 현재 전체 시장의 85%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창업주가 직접 인주 선진국인 일본과 중국에서 기술을 배워와 제품을 국산화했다. 특히 이 회사 제품은 기름과 쑥, 안료, 솜 등 10여 가지 국산 재료로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주와 스탬프 38종을 비롯해 잉크 및 스탬프 패드, 수정테이프, 삼각핀 통, 컬러 호각, 펜 접시, 클립핀 통 등 다양한 문구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전국 500여 도매상을 통해 정부 등 공공기관과 관공서, 은행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청와대에서도 매표화학 인주와 스탬프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0억원.

현재 직원이 38명인 가운데 40년 이상 근속자가 6명에 달한다. 회사가 정한 정년은 70세로 일반 기업과 15년 정도 차이가 난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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