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시 각목 50대' 대학 역도부 동아리의 악습

입력 2013-04-04 11:02
수정 2013-04-04 11:10
인천 사립 I대 역도부 동아리가 이 동아리를 탈퇴하겠다는 신입생을 ‘탈퇴시 규칙’이라며 각목으로 50대를 구타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대학 역도부 동아리 학생들은 지난달 개강 후 태권도부 동아리와 대면식을 했다. 운동 동아리끼리 친목을 다지고 양쪽 동아리의 단합도 과시하는 자리였다.

남자들 수십 명이 모인 자리여서 술잔이 연거푸 돌았다. 소주병이 쌓여가자 술에 잔뜩 취한 한 역도부 선배가 갑자기 신입생들의 뒤통수와 따귀를 때렸다. ‘술잔이 비어 있다’는 이유였다.

‘이런 걸로 맞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 역도부의 한 신입생은 다음날 동아리 선배들을 찾아갔고 “역도부에서 나가고 싶습니다”라고 토로했다.

“규칙은 알고 있겠지” 역도부장 선배는 되물었다. “알고 있다”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선배는 “벽 짚고 서라. 50대다”라며 각목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이 신입생은 꼬박 55대를 맞고서 역도부 동아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전날 동기 2명도 훈련부장 선배로부터 50대씩을 맞고 동아리를 탈퇴했다.

50년 전통의 이 동아리에는 힘든 역도부 훈련을 못 견뎌 탈퇴하려면 구타를 당해야 하는 악습이 이어져 오고 있었다. 졸업한 선배들까지 한데 모이는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에는 ‘아는 여학생’을 함께 데려가야 하는 의무도 신입생들의 몫이었다.

최근 역도부 동아리에서 벌어진 후배 폭행 사실이 이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자 학생들은 해당 동아리를 해체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엄모씨는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03학번인 친구가 역도부를 탈퇴할때 맞고 나왔는데 (아직도) 여전하네요.어이가 없네요”라고 썼다.

문모씨는 “역도부 신입생 환영회에 여자 안 데려오면 선배한테 혼난다고 같이 갈 여자 알아봐 달라던 동기가 생각나네요.3 년 전에 들은 이야기입니다”라는댓글을 달았다.

동아리 역도부장을 맡은 학생 A씨는 애초 ‘과거의 일’이라며 발뺌하다가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커지자 지난 3일 사과문을 학교 인터넷 게시판에 실명으로 올렸다.

A씨는 사과문에서 “저희가 잘못했습니다.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돼선 안되지만 위에서부터 배워온 악습을 전통이라 여기고 없애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라며폭행 사실을 시인했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4일 폭력을 행사한 역도부 동아리 학생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학교 측과 논의하는 한편 학내 징계와 경찰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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