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 뺨치는 교활한 개미들…주식카페 열고 카톡 등 SNS로 작전

입력 2013-04-03 17:09
수정 2013-04-04 04:18
2046회 시세조종…주가3배 올려
檢, 25명 무더기 기소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카페·블로그를 이용,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주가를 조작한 ‘개미’ 일당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대부분 전문 주가 조작꾼이 아닌 일반인들로,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 열풍이 불자 다른 개미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강남일)는 SNS 등으로 주가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3일 주식투자 카페 운영자 김모씨(31)를 구속 기소했다. 또 카페 회원인 중학교 교사 최모씨(31), 대학생 이모씨(22), 간호사 임모씨(33)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가담 정도가 약한 회원 20명은 각각 벌금 300만~7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8~10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업체인 S사(플라스틱 원료 유통업체)의 주식을 정치 테마주처럼 광고한 뒤 회원들로부터 총 150억원의 자금을 동원해 시세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고가매수·통정매매 등 수법으로 총 2046회에 걸쳐 주가를 끌어올려 1억80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시세 조종으로 S사의 우선주 주가는 6만5400원에서 21만원까지 올랐다.

검찰은 “전문 주가 조작꾼인 김씨가 ‘리딩(매매 가이드)’ 역할을 맡고 주부, 교사, 대학생 등 일반인이 대거 참여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 ‘투자 고수’로 알려진 김씨는 한 포털 사이트에 개인 블로그와 카페를 만들어 월 회비 10만원에 유료 회원을 모았다. 이후 S사가 밀양에 부지를 소유한 것에 착안, 지난해 말 대선을 앞두고 증권 사이트 등에 ‘밀양 신공항 건설 관련 정치 테마주’라고 홍보했다.

이어 김씨는 카카오톡·마이피플 등 모바일메신저 대화방을 통해 모은 카페 회원들에게 매매 수량과 가격·시점 등을 지시했다. 예컨대 “A님 40주 매도, B님 35주 매도”라는 메시지를 보내면 이들은 김씨의 지시대로 주식을 팔았다. 카페 회원 30여명 중 20여명이 이 같은 주가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개미끼리 속고 속이는 경우도 많았다. 김씨는 초보 회원인 한 주부에게 S사 주식을 최고점에 사도록 유도해 다른 회원들의 보유 물량을 해소하기도 했다. 중학교 교사 최씨는 김씨 카페에서 별도의 유료 회원 카페를 만든 뒤 김씨에게 들은 정보를 빼돌려 또 다른 주가 조작을 시도했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카페에서 강제 탈퇴를 당한 최씨는 부인을 몰래 가입시켜 같은 방식으로 계속 별도의 주가 조작을 진행했다.

강남일 부장검사는 “현재 포털 사이트 한 곳에만 회원 수 1만명 이상의 주식 관련 카페가 100여개에 이른다”며 “더 많은 개미들이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일부 카페를 추가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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