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한국전력 등 내수 비중 높은 기업 증가
현대그룹, 셀트리온보다 적어
금호아시아나·에쓰오일 10%↓
국내 30대 그룹사(시가총액 기준) 중 올 1분기 동안 시가총액이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CJ그룹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현대백화점·한국전력·SK 등 내수 비중이 높은 그룹사들의 시가총액 증가가 두드러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2010년만해도 국내 주식시장은 수출주들의 독무대였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자 투자자들이 국내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소비재 기업들의 가치를 과거보다 높게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CJ그룹 시총 증가율 11.18%로 1위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그룹 상장사들의 시총은 작년 말 14조4254억원에서 지난 3월 말에는 16조376억원으로 11.18% 늘었다. 국내 30대 그룹사 중 증가폭이 가장 크다. CJ그룹의 시총은 작년 초에는 9조9282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9일 CJ헬로비전 상장과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 상승 덕분에 약 15개월 만에 시총이 61.53% 급증했다.
CJ그룹 다음으로는 대림그룹(7.53%) 현대백화점그룹(7.50%) 한국전력공사그룹(2.71%) SK그룹(2.55%) 등의 시총이 많이 늘었다. CJ그룹을 비롯해 현대백화점·한국전력·SK그룹 등은 주요 계열사들이 전형적인 내수기업들이다.
국내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은 시총이 0.66% 증가해 간신히 체면유지를 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주가가 올 들어 박스권에 머문 영향이 컸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하반기 시작된 자동차주 부진이 올해까지 이어진 여파로 시총이 작년 말 대비 0.56% 감소했다. LG그룹의 경우 지난해까지 부진했던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올 들어 선전하고 있지만 LG화학 LG생활건강 등이 약세를 지속한 탓에 시총이 4.35% 뒷걸음질쳤다.
30대 그룹 중 19개 그룹은 시총이 줄었다.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곳은 현대그룹이었다. 작년 말 6조1257억원에서 4조6481억원으로 24.12% 감소했다. 코스닥시장의 시총 1위 기업 셀트리온(4조7108억원)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현대중공업그룹(-11.81%) 금호아시아나그룹(-11.77%) 에쓰오일그룹(-10.34%) 등도 올 들어 시총이 각각 10% 이상 감소했다.
○저성장으로 내수주 가치 재평가
전문가들은 내수주 비중이 높은 그룹사들이 선전한 것은 세계 경제가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유가증권시장 전체 상장사의 순이익이 2009년과 2010년에는 약 70%씩 급증했지만 2011년에는 25% 줄어들더니 지난해에도 6.87% 감소했다”며 “기업들의 성장세가 둔화되자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내수 기업을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CJ그룹의 경우 이익의 안정성 외에도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와 중국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까지 더해져 주가가 급등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CJ그룹의 주요 상장사들은 음식료(CJ제일제당, CJ프레시웨이, CJ씨푸드) 유통(CJ오쇼핑) 물류(CJ대한통운) 엔터테인먼트&미디어(CJ E&M, CJ CGV, CJ헬로비전) 등 다양한 내수 업종에서 선두 기업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1980년 이후 미국 증시에서 맥도날드 KFC 스타벅스 등 사람들에게 친숙한 소비재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의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다”며 “국내 기업 중에서는 CJ그룹이 미국 소비재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모방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내수주들의 강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상장사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20%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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