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투데이
카페? 여기는 신사동 자전거 수리점입니다!
마크 샌더스 - 삼각형 접는 자전거 스트라이다 디자이너
지난달 29일 자전거 디자이너 마크 샌더스(55)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자전거 수리점에서 만났다. 그런데 이곳엔 나사를 조일 때 쓰는 스패너도, 기름때 묻은 장갑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전거를 맡겨 놓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거나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여기가 바로 제가 꿈꾸던 미래의 자전거 대리점입니다. 공구는 하나도 필요 없어요. 자전거를 컴퓨터에 연결해 바이러스를 체크하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면 끝이죠.”
그는 자신이 디자인한 만도의 전기자전거 풋루스(Footloose)를 보여줬다. 페달에서 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는 체인이 없다. 몸통에 숨어 있는 배터리로 움직인다. 겉은 단순한데 속을 뜯어 보면 수십 가닥의 전선이 핏줄처럼 얽혀 있는 가전제품이다. “이 자전거가 이동수단의 패러다임을 바꿀 겁니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처럼요.”
샌더스는 1984년 대학원생 때인 스물여섯 살에 자전거의 혁명이라 불리는 삼각형 모양의 접이식 자전거 ‘스트라이다(STRIDA)’를 만들었다. 자전거도 유모차처럼 접은 다음 바퀴로 굴리면 갖고 다니기 편하겠다는 생각에서 착안했다. 1987년 대량생산을 시작한 이 제품은 전 세계로 팔려나갔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로 꼽힌다.
이번에도 색다른 시도를 했다. 유명 회사의 제안을 마다하고 이름도 알지 못하던 만도와 손을 잡았다. “자동차 부품 회사가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자전거를 만든다니 처음엔 의심했어요. 지저분한 자전거 수리점을 고소한 커피향과 음악이 흐르는 카페로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에서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자전거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스트라이다보다 혁신적인 작품이죠. 저렴한 이동수단, 땀내 나는 운동기구였던 자전거를 럭셔리하고 실용적인 신개념 도심형 이동수단으로 변신켰으니까요.”
디자인은 새의 날개에서 영감을 얻었다. “바닷가를 거닐다 갈매기가 날개를 접었다 펴는 모습을 보고 ‘이거다!’라는 생각이 번쩍 들더군요. 미세한 힘줄과 잔뼈가 이루는 부드러운 곡선이야말로 자연이 빚은 완벽한 형상이었어요. 자전거의 기본 틀을 깨고 직선과 모서리, 체인을 과감히 없앴습니다. 접었을 때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뾰족한 곳 없이 최대한 둥그스름하게 만들었죠.”
이렇게 탄생한 풋루스는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2013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대상을 받았다. 447만원의 높은 가격에도 출시 5개월 만에 국내에서 400여대가 팔렸다. 샌더스는 자연을 관찰하는 것이 성공하는 디자인의 비결이라고 했다.
“제 디자인 철학은 사람입니다. 그동안 순수하게 무의미하고 단순한 디자인을 고집했는데 그 중심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단순미도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간단히 하는 과정에서 나와야 진짜거든요.”
풋루스의 유럽 출시를 앞두고 그는 “눈앞의 성공보다 미래를 꿈꾼다”고 했다. “우리는 스마트 이동수단에 대한 장기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연령대별 후속 모델도 내놓을 겁니다. 지금은 만도의 기술력과 제 디자인을 결합한 환상적인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죠. 5년 내 교통체증, 환경오염으로 인해 이동수단 변화의 시대가 오면 제 생각을 이해하실 겁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 전기자전거
바퀴에 모터가 달려있어 페달을 밟으면 동력이 전기에너지로 전환돼 배터리에 충전된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ECU(전자제어장치)가 있어 스스로 언덕과 평지를 판단, 기어를 자동 변속해 오르막길에서도 힘을 들이지 않고 평지처럼 달릴 수 있다. 만도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풋루스는 220V 전원으로 한번 충전 때 최대 40~50㎞를 달릴 수 있고 최대 시속 25㎞까지 낼 수 있다. 수작업으로 하루에 10~15대를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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