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명의 '시선집중' 서울모터쇼 레이싱걸의 24시간

입력 2013-03-31 15:12
수정 2013-04-01 13:05
‘몸에 착 달라붙는 짧은 의상. 굽 11cm짜리 킬힐.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하루 9시간씩, 총 열흘 간 강행군. 하루 12만명의 관람객.’

‘2013 서울모터쇼’가 열린 경기도 일산 킨텍스. 이곳에선 신차와 함께 ‘모터쇼의 꽃’으로 불리는 레이싱걸들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들은 3월29일부터 4월7일까지 열흘 간 총 120만명의 관람객들 앞에서 멋진 포즈와 함께 미소를 지으며 브랜드와 차를 알려야 한다. 열흘 간 레이싱걸들의 생활은 어떨까. 지난 29일 주요 7개 브랜드의 메인 모델들을 전시장 한 곳에 불러 모아 인터뷰했다.

◆메인 모델 경쟁률 ‘200대1’… 하루 100만원 넘게 받는 모델도

인터뷰 장소에 가장 먼저 도착한 도요타의 메인 모델 오민혁씨(31). 이름 때문에 남자모델로 오해도 많이 받았다며 자신을 소개한 그는 올해로 6년째 모터쇼에 참가한 베테랑이다. 하지만 베테랑인 그도 웃으며 “힘든 건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터쇼는 오전 10시부터 시작하지만 저희는 아침 7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풀메이크업을 받고 9시부터 스탠바이를 하죠. 저녁 7시까지 일을 하고 나면 온몸이 힘이 다 빠져요.”

열흘 간의 모터쇼 강행군은 힘들지만 그만큼 보상도 톡톡히 주어지기에 경쟁은 치열하다. 모터쇼에 처음 참가하는 새내기 모델의 일당은 30만원. 하지만 메인 모델처럼 몸값이 높은 모델은 하루에 100만원 이상을 받기도 한단다. 메인 모델은 한 브랜드에 두 명 뿐. 경쟁률이 궁금했다. 오씨는 “일반적으로 100대1에서 최대 200대1까지 올라갈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모델들도 대중들이 좋아하는 포르쉐나 BMW 등 ‘잘 나가는’ 브랜드를 선호하느냐는 질문엔 손을 내저었다. “모델들은 자신의 이미지에 가장 잘 맞는 브랜드를 선호합니다. 전 인상이 동그란 편이어서 도요타나 아우디, 르노삼성 등 차체 디자인이 부드러운 브랜드를 선호하죠.” 그는 이어 “섹시함이 장점인 모델들은 포르쉐와 크라이슬러를 좋아한다”며 “발랄한 성격을 가진 모델들은 활동적인 이미지의 쉐보레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포르쉐의 메인 모델인 김하율씨(27)는 나이는 어리지만 오씨와 함께 2007년부터 모터쇼에 참가하고 있다. 김씨는 가장 힘든 점을 “집에 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전시 별로 숙소를 잡아서 그곳에서 모델들이 함께 먹고 자요. 10일 내내 합숙을 하는 거죠. 아침에 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나거나 지각을 하면 낭패니까요.”

김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관람객이 있느냐고 묻자 “항상 빠짐없이 자신이 나가는 행사장을 찾는 분이 있다”고 말했다. “제가 어느 행사를 가든 카메라를 들고 찾아와 사진을 찍어주신답니다. 오늘도 만났어요. 사진을 찍은 후에는 항상 음료수 한 캔을 건네주고 가세요. 고마운 분이죠.”

◆모델보다 차를 돋보이게 하는 포즈… 관람객 몰리면 힘든 줄 몰라

오씨나 김씨처럼 꾸준히 활동을 하면서 메인 자리까지 오른 모델도 있지만 첫 참가부터 메인을 맡는 경우도 있다. 볼보의 메인 모델인 유지하씨(31)가 그런 케이스다. 유씨는 2003년 대구 미스코리아 진, 본선에서 인기상을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볼보는 이번에 유씨를 포함해 미스코리아 출신 4명을 모델로 기용했다. 볼보의 ‘아름다운 디자인과 우아함’에 걸맞는 모델을 찾은 것이다.

연기활동도 병행했으나 지금은 모델 활동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유씨는 “메인 모델로서 차를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겁다”며 “특히 잠깐잠깐 힘들어서 미소를 짓지 못할 때 카메라 프레시가 터지면 예쁘지 않은 모습이 찍힌다는 생각에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첫 날부터 많은 분들이 볼보 전시장에 찾아와 관심을 보이니 다행”이라며 “이번 모터쇼를 준비하기 위해 두 달 전부터 먹는 것도 줄이고 운동하는 등 몸매관리도 했는데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아우디의 고성능 쿠페 ‘RS5’의 모델인 정한솔씨(23)도 올해 처음 모델로 참여했다. 모터쇼용 포즈가 따로 있는지 물었더니 “자신보다는 차가 돋보여야 하기 때문에 가볍게 차에 기대서거나 손을 올리는 등 가벼운 포즈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인터뷰 도중 다리가 아픈지 구두를 벗기도 했다. 굽이 11cm짜리 킬힐이었다. “사람들이 많으면 더 힘들 것 같았는데 반대에요. 관람객들이 몰려야 아픈 것도 있고 힘이 나죠. 하지만 사람들이 없을 땐 고통이 몰려와요.”

서있는 것도 힘든 마당에 쉐보레의 메인 모델인 조상히씨(28)와 임민영씨(27)는 이번에 ‘쉐비쉐비댄스’라는 춤까지 췄다. 이들은 “쉐보레는 발랄하고 활발한 이미지이기 때문에 모델들도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는다”며 “춤 추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새로운 일은 늘 즐겁고 관람객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모델들은 요즘 경기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궁금해 질문을 던졌더니 오민혁씨가 “예년에 비해 경기가 어렵다는 걸 느낀다”고 대답을 했다. “예전에는 주요 브랜드마다 진행하는 이벤트 상품이 굉장히 고가였어요. 하지만 올해는 그런 이벤트를 찾기 힘드네요.

” 고양=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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