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 < 대동풍수지리학회장 >
가상(家相)이란 건물의 외관을 살펴 길흉을 판단하는 방법이다. 형태가 안정적이고, 좌우로 균형이 잡히고, 외관이 매끈하면 입주자와 회사에 건강, 번영, 행운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건물이 울퉁불퉁하거나 들쑥날쑥한 모양이면 입주한 회사에 재정적 어려움이 닥친다. 또 건물 모서리가 칼날처럼 날카로워 베는 살기를 발산하면 임직원의 건강이 나빠지고 회사 내 분란이 잦아진다. 그중에서 건물의 일부에 구멍을 뚫어놓아 속이 텅 비게 만든 건물은 비록 파격적이고 모던하게 보일지 몰라도 늘 배가 고프고 가난해질 염려가 있다.
고목나무에 구멍이 생기면 그 나무는 수명을 거의 다했음을 알 수 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R아파트 단지 내에는 수령이 천년에 이르는 거목의 느티나무가 서 있는 천년 광장이 있다. 이 나무는 경북 어느 마을의 수호신으로 주민의 안녕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던 당산목이었다.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하자 어떤 사람이 느티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 살려 놓았다가 10억원에 팔아 2009년 이곳에 자리잡았다. 그런데 덩치가 크고 가지가 볼품 없는 나무에 커다란 목혈(木穴, 구멍)이 나 있어 마치 지팡이에 의지해 걷는 노인의 오그라지고 굽은 형상처럼 기운이 쇠잔해 보이다 결국 고사했다.
요즘 건물 일부를 텅 비도록 뚫어 놓아 유명해진 건물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홍콩에 있는 37층 높이의 리펄스베이맨션은 본래 호텔이었는데 우여곡절을 격은 뒤 현재는 맨션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건물 중앙에 6층 규모의 커다란 직사각형 구멍이 뚫려 있다. 이것은 홍콩에서 풍수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준다. 맨션 뒷산에 사는 용이 매일 바다로 내려와야 하는데 건물이 기의 흐름, 즉 ‘용신’을 막자 건물 중앙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 지어진 건물들은 풍수적 이유로 구멍을 뚫은 게 아니다. 각종 건축 법규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한 결과다. 마치 바지를 거꾸로 세운 듯한 디자인의 서울 명동의 P타워는 건물 폭을 제한한 건축규정을 지키다 보니 마치 도끼로 쪼개 놓은 듯 쐐기 형(V자)이다. 건물의 가운데로 기가 모이지 않고 늘 좌우로 흩어지니 회사 내 인화가 걱정된다.
서울 동부이촌동의 한강변에 위치한 D아파트는 한강변 아파트들이 강을 가린다는 비판이 일자 고심 끝에 건물 중간을 비우고 대신 층수를 높여 지었다. 서울 을지로의 O빌딩은 수익성이 좋은 건물 1층을 터널처럼 비워 놓아 보행자들이 통로로 쓰도록 배려했다. 잃어버린 용적률은 건물 한 층의 면적을 조금씩 전부 넓히는 방법으로 채워 손해는 보지 않았지만, 꼼수 때문에 건물에 든 ‘허기(虛飢)’는 무엇으로 메워야 하나.
건물은 친인간적으로 지어야 한다. 사람이 어떤 건물에서 근무해야 보다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설계돼야 한다. 주변과 조화롭지 못한 파격적이고 독특한 디자인만이 능사는 아니다. 건물의 외양이 준수하면 덕을 지녀 사람을 위하고, 흉상이면 덕이 없어 사람을 내치고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고제희 < 대동풍수지리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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