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변동 내역 공개
가족재산 공개 거부 늘어 투명성 훼손 논란
행정부 1위 진태구 태안군수 230억
지난해 부동산 시장 침체 등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고위 공직자 10명 중 7명의 재산이 늘었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9일 정부 부처 장·차관과 고위공무원단 가등급(1급) 이상, 지방자치단체장, 광역의원, 교육감 등 고위 공직자 1933명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재산변동신고 내역을 관보에 공개했다.
재산 공개 대상자의 평균 재산은 11억7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평균 1200만원 감소했다. 1년 전 309억6968만원으로 고위 공직자 중 최고였던 전혜경 국립식량과학원장이 공개 대상에서 빠지면서 전체 평균 재산이 줄었다는 게 안전행정부의 설명이다. 재산이 늘어난 공직자는 1378명으로, 전체의 71.3%에 달했다. 재산 증가자는 전년도 공개 때(62.2%)에 비해 9.1%포인트 늘었다. 이 중 1억원 이상 재산이 늘어난 공직자는 435명(31.5%)이었다. 안행부는 고위 공직자의 재산이 늘어난 요인으로 주식 평가액 상승, 급여저축 증가 등을 꼽았다.
이번 재산공개 결과 고위 공직자 10명 중 3명가량이 부모 자식 등 직계존비속의 재산 고지를 거부하면서 재산공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규정 위반은 아니지만 독립 생활하는 부모나 성인 자녀의 재산공개 거부로 제도의 취지가 손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이번 재산 공개 대상자 1933명 중 27.6%인 534명이 직계존비속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고지거부제도는 직계존비속 중 독립적인 생계능력이 되는 사람의 고지 거부를 신청하면 승인해주는 제도다. 고지 거부 비율은 2011년 2011년 26.0%, 지난해 26.6%에 이어 매년 늘고 있다.
이번에 재산이 줄어든 것으로 신고한 10명 중 2명은 실제 본인이나 배우자의 재산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부모 등 직계존비속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은 1년 전보다 7억3233만원이 감소했다고 신고, 지방 고위공직자 신고 대상 중 감소 규모 2위를 차지했는데 작년 8억4910만원이었던 부모 재산이 제외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전년보다 7억7879만원의 재산이 줄었다고 신고해 감소액 4위를 차지했지만 이 중 3억7649만원은 모친의 재산 고지를 거부하면서 빠졌다.
이에 대해 김석진 안행부 윤리복무관은 “한국의 재산 등록 범위가 미국과 일본 및 유럽 등에 비해 가장 넓다”며 “프라이버시를 지나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고지거부제도가) 국회에서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직계존비속의 독립 여부를 파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지거부제도가 고위 공직자의 재산을 감추는 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행정부 내 재산이 가장 많은 공직자는 진태구 충남 태안군수로, 230억6174만원을 신고했다. 최 검사장은 재산 공개 대상자 중 주식배당소득 등으로 20억원이 증가, 재산이 가장 많이 늘어났다.
한편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 작성돼 박근혜 대통령과 일부 신임 장관, 청와대 수석 비서관 등 새 정부 고위공직자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의 재산은 오는 5월 말 공개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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