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징수행정 강화가 정유업체 등으로 불똥이 튀었다. 관세청이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던 정유업계의 원유 수입신고필증 서류의 편법 제출을 제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연간 2000억원 정도의 세금부담을 더 안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은 ‘수입원재료에 대한 환급방법 조정에 관한 고시’를 제정, 오는 7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29일 발표했다. 이 고시는 수출업체들이 관세환급을 받기 위해 제출하는 원재료 수입신고필증 기간을 2년에서 3~4개월로 줄이고, 2개 이상의 관세율이 적용되는 수입원재료를 사용해 수출물품을 생산할 경우 각 원재료의 관세율에 따라 관세환급을 받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은 관세를 환급받으려면 과거 2년간 수입한 원재료의 수입신고필증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대부분 업체들이 과거 2년간 수입한 원재료 중 관세액이 높은 수입신고필증을 제출하고 있다. 원자재나 부품 등을 수입해 완제품으로 가공한 뒤 해외에 수출할 경우 수입분에 붙는 관세를 해당 기업에 돌려주는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원유 도입이 많은 정유업계에서 이 같은 편법 자료제출이 많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북해산 브렌트유 수입은 무관세로, 두바이산 원유는 5%의 관세를 물고 들여오지만 정작 석유 완제품을 수출할 때는 두바이산 신고필증을 제출한다는 것.
관세청이 신고필증 기간을 단축한 품목은 정유제품 외에 고추, 실리콘오일, 금가루, 구리, 차량 엔진용 부품, 안경렌즈 등 68개다. 관세청은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연간 4500억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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