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밥 짓는 여자' 신아연이 들려주는 '삶 짓는 이야기'

입력 2013-03-29 07:50

신간 칼럼집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 출간한 칼럼니스트 신아연

1992년 호주로 이민을 간 칼럼니스트 신아연 씨는 최근 5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서울 지하철을 탄 신 씨는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10명 중 9명은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리고 있었기 때문.

신 씨는 세 번에 걸쳐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처음엔 지하철 잡상인이 파는 본드가 계기였다. “이거 얼마에요?”로 시작해 이것저것 물었다. 잠시 뒤 주변에 있던 한 사람이 대화에 껴들었다. “이거 잘 붙어요?”뒤에 서 있던 사람도 슬쩍 대화에 참석했다. “운동화 밑창도 붙으려나?”

신 씨의 ‘낯선 사람과 대화하기’ 실험은 세 번 모두 성공이었다. 그는 ‘스마트’에 물든 한국사회이지만 누군가 말을 걸어준다면 언제든 마음을 열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대한민국 사회에 말을 걸었다. 신간 칼럼집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를 통해서다. 신 씨는 저서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으로도 유명한 칼럼니스트. 당시 심심한 천국을 ‘호주’, 재밌는 지옥을 ‘한국’에 비유해 화제를 모았다. 이번 신간은 재밌는 지옥을 재밌는 천국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지난 28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빌딩에서 만난 그녀는 연신 소녀같은 미소로 수다를 떨었다. “인터뷰가 떨린다”면서도 최근 세 번의 실험을 자랑하듯 쏟아냈다.

그는 “책을 통해 ‘자연스런 나이 듦’, ‘작아도 의미가 있다는 것’, ‘자본주의사회에서 작아지는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부하죠?”그가 되물었다. “한국에선 언젠가부터 자연스러움, 여유를 말하는 것이 진부해졌다”는 것. 여유와 자연스러움은 삶에서 당연한 것인데 이를 억지로 찾아야만 하는 사회가 되면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고. 현대사회에서 자기 계발서가 넘쳐나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신 씨는 ‘여유로워지는 방법’을 책에서 가르쳐주진 않는다. 대신 그의 삶 곳곳에 녹아있는 편안함을 고스란히 펼쳐보인다.

어느날 문득 끓인 콩나물국에서 친정어머니의 한마디를 생각하기도 하고, 베겟자국이 난 얼굴에서 세월의 순응을 떠올리는 식이다. 제목을 ‘밥 하는 여자’가 아닌 ‘밥 짓는 여자’로 정한 것도 이유가 있다.

“자기 생을 지어가는 사람은 본능과 감정에 휘둘리며 되는대로 반응하는 사람과는 다릅니다. ‘밥을 한다’와 ‘밥을 짓는다’가 주는 어감의 차이와 비슷하지요. 우리 모두는 삶을 정성스럽게 가꾸면서 지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신 씨는 총 77편의 칼럼을 ‘밥 짓듯’ 책 속에 꼭꼭 눌러담았다. 신 씨가 퍼먹여주는 칼럼을 한 숟가락씩 퍼먹다 보면 어느새 따뜻한 봄기운이 몸속으로 퍼지는 듯 하다. 344페이지. 당대출판사. 1만4000원.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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