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극복할 수 없는 기억의 단절

입력 2013-03-28 17:15
수정 2013-03-29 00:14
비자나무 숲
권여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93쪽 / 1만2000원


소설가 권여선 씨가 네 번째 소설집 《비자나무 숲》(문학과지성사)을 내놨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표했던 ‘은반지’ ‘끝내 가보지 못한 비자나무 숲’ 등 7개의 단편소설을 엮었다. 소설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는 ‘기억’. 소설 속 인물들은 현재를 살지만 과거의 기억에 묶여 있다. 하지만 인물들은 기억과 현실의 단절을 결코 극복할 수 없다.

‘은반지’에서 돈을 빌려달라는 딸의 전화를 받고 옥신각신하느라 점심을 먹지 못한 오 여사는 문득 함께 살던 심 여사의 부재를 느낀다. 함께 살았다면 통화하는 동안 식사를 준비해 놓았을 심 여사였다. 심 여사가 있는 요양원으로 가는 길에 오 여사는 과거의 기억을 되짚으며 다시 함께 살 생각을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심 여사의 ‘기억’은 오 여사와는 정반대였다.

“그런데 오 여사님, 그때 왜 그러셨어요? 오 여사가 한밤중에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요? 그런 짓을 하고도 천연덕스럽게….” 기이한 요양원 풍경과 함께 심 여사의 기억은 오 여사에게 공포로 다가온다. 도망치듯 요양원을 빠져나오면서도 오 여사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다는 건지 끝내 기억하지 못한다. 공통의 기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표제작이라 할 ‘끝내 가보지 못한 비자나무 숲’ 또한 닿을 수 없는 기억을 말한다. 주인공 명이는 제주도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옛 연인 정우의 동생 도우였다. 제주에서 만난 셋의 어색함을 덜어주는 건 이미 죽은 존재와의 지나간 기억뿐이다. 그들은 죽은 연인이자 형, 아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점점 과거 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 기억으로 가는 길 또한 막혀 있었다. 명이는 차 안에서 까무룩 잠이 든 채 어딘가에 강하게 부딪히는 환각을 느낀다. 순간 죽음과 환각이 겹치면서 그는 정우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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