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분양가 담합 피해, 집주인이 입증해야 배상"

입력 2013-03-27 16:53
수정 2013-03-28 13:21
법원, 첫 판결…"담합 없었을 경우 예상가격 직접 산정해야"

정부 집단소송제 강화 앞두고 논란일 듯
법조계 "공정거래법과 배치…유사소송 영향"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담합해 징벌적인 행정처분을 받았더라도 분양받은 사람들이 손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담합 행위가 없었을 경우 형성됐을 가격을 소비자가 직접 증명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근혜 정부가 담합 피해 구제를 위한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배상책임 있으나 손해 규모 입증 안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4민사부(수석판사 임복규)는 2001년 용인 죽전지구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최모씨 등 228명이 분양 건설사인 반도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도 “담합 행위가 없었을 경우 형성됐을 분양가격이 담합 행위로 정해진 가격보다 낮은 가격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반도건설 한라건설 신영 극동건설 진흥기업 등 5개 건설사는 2001년부터 경기 용인 죽전지구에서 아파트 2600여가구를 합동 분양하면서 3.3㎡당 분양가 하한선을 650만원으로 담합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2004년 총 60여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에 불복한 건설사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취소소송을 벌였으나 2009년 대법원은 담합을 사실로 인정하고 원고 패소를 확정했다. 이후 최씨 등은 2011년 ‘담합 행위로 분양가가 높아져 피해를 봤다’며 반도건설을 상대로 1인당 21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손해의 가상 경쟁가격(담합 행위가 없었을 경우에 형성됐을 가격)과 이로 인한 손해의 범위에 관한 입증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다”며 “차액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어 차액을 전제로 계산된 가격 인상분 상당의 손해를 구하는 주장은 살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공정거래법 뒤집는 판결로 논란 일 듯

법조계에서는 이 판결이 공정거래법을 뒤집는 판결로, 향후 유사 소송을 벌이는 소비자나 해당 업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 제57조는 ‘담합 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입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경우에는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에 기초해 상당한 손해액을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덕성 법무법인 민 변호사는 “시장에서 ‘을’의 위치에 있는 소비자들이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이번 판결과 같은 잣대가 계속 적용되면 소비자들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고, 담합 행위도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용인 죽전지구에서 반도건설과 담합을 했던 한라건설 등 다른 4개사로부터 분양을 받은 사람들도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또 삼성·LG전자의 가전제품 담합 혐의에 대한 피해자들의 단체 소송도 진행 중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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