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통신요금 '공짜'는 없다

입력 2013-03-27 16:35
수정 2013-03-27 21:45
양준영 IT모바일부 차장 tetrius@hankyung.com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소비자에게 ‘공짜’ ‘무료’ ‘무제한’ 같은 단어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특히 가계 지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통신요금 얘기라면 더욱 솔깃하게 들릴 것이다. 통신업계에서 자주 쓰이지만 유독 거슬리는 표현이 있다. ‘무료 통화’라는 말이다. 통신사들은 관행적으로 이 말을 쓴다.

OO요금제에 가입하면 무료 통화 몇 분, 무료 문자 몇 건, 데이터 얼마를 준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엄밀히 보면 틀린 말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매달 정해진 요금을 내고 음성통화, 문자메시지, 데이터로 구성된 통신서비스 상품을 이용한다. 무료는 어디에도 없다.

얼마 전 통신사들이 롱텀에볼루션(LTE)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한다며 ‘LTE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잇따라 내놨다. 하지만 ‘꼼수’라는 지적을 받았다. 매달 내는 요금이 10만원을 넘는데다 하루에 쓸 수 있는 데이터량이 제한돼 있어서다. 이를 초과하면 속도를 제한하면서 ‘무제한’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착시' 일으키는휴대폰 보조금

일부 통신사들은 요금제 이름에서 ‘무제한’을 빼기도 했다. 통신사들이 ‘무료’ ‘무제한’ 같은 용어를 남발하는 것은 싸다는 인식을 심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는 통신 과소비를 부추길 뿐이다.

보조금 위주의 휴대폰 판매 방식도 현명한 소비를 방해한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착시’요, ‘조삼모사(朝三暮四)’다. 초기 부담은 줄어들지 몰라도 결국 단말기 가격은 통신요금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통신사들은 약정과 결합된 정액요금제에 단말기 할부금을 포함시켜 2~3년에 걸쳐 회수한다. ‘공짜폰’을 사도 전혀 공짜가 아닌 이유다. 통신사의 보조금과 휴대폰 제조사의 장려금은 휴대폰 유통구조를 왜곡시키고, 휴대폰 가격이 얼마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통신사와 제조사가 “휴대폰 출고가를 부풀려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가계 지출에서 식비, 교육비 다음으로 높은 통신비의 거품을 빼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정부는 인위적인 요금 인하보다는 경쟁 활성화를 통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요금이 내려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과소비 부추기는 '무료' '무제한'

최근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자사 가입자 간(망내) 무제한 통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보낼 수 있는 요금제를 선보였다. 기본료를 더 내야 하고, 타사 가입자와의 통화 및 데이터량이 줄어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SK텔레콤 가입자가 전체의 50%를 넘는 만큼 음성통화가 많은 사람에겐 매력적인 상품임에 분명하다. 요금인하 여론이 높아질 때마다 정부와 정치권 압력에 마지못해 요금을 내리곤 했던 SK텔레콤이 요금경쟁에 먼저 뛰어들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보조금 위주의 경쟁이 요금·서비스 쪽으로 옮겨갈지도 관심사다.

LTE 무제한 요금제나 망내 통화 무제한 요금제 등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다. 통신정책을 관장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이용패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요금제가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통신사들이 ‘무료’나 ‘무제한’이라는 용어를 남발해 통신 과소비를 부추기는 것도 막아야 할 것이다. 소비자가 통신사의 유혹에 넘어가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는 순간, 통신비 부담에서 벗어날 길은 없기 때문이다.

양준영 IT모바일부 차장 tetrius@hankyung.com


▶급등주 자동 검색기 등장...열광하는 개미들
▶[한경 스타워즈] 대회 한 달만에 전체 수익 1억원 돌파! 비결은?


▶ "대마도는 한국땅" 日 뜨끔할 근거 들어보니

▶ 박시후 고소한 A양, 연예인 지망생 이라더니…

▶ MC몽, 안보여서 '자숙'하는줄 알았는데 '깜짝'

▶ 고현정 세들어 산다는 빌라, 전세금이 무려

▶ 日 재벌 회장 "김연아 '우승' 사실은…"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