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하이닉스 정상화의 숨은 주역 안성은 대표, 메릴린치 떠난다

입력 2013-03-27 13:54
수정 2013-03-28 09:36
이 기사는 03월27일(13:2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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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이체증권 대표로 수평이동할 듯
- 외국계 IB업계 연쇄 이동 가능성

안성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대표가 9년간 몸담았던 메릴린치를 떠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안성은 대표는 BoA메릴린치 한국 대표와 IB부문 대표직을 사임했다. 2004년 메릴린치 IB부문 대표로 취임한지 9년 만이다. 안 대표는 도이체증권 대표 자리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20년간 IB 뱅커로 활동한 안 대표는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강국 한국'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정상화의 숨은 주역이다. 2000년 9월 하이닉스 구조조정의 시작부터 지난해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할 때까지 커리어 대부분을 하이닉스의 영욕과 함께 했다.

2001년 5월 해외 주식예탁증서(GDR) 12억5000만달러를 발행해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던 하이닉스의 숨통을 틔어주는 것으로 하이닉스 구조조정 작업에 참여했다. 당시 GDR 발행은 200곳이 넘는 채권단의 동의와 부채비율 하락을 조건으로 내건 해외 투자자들 전체를 조율해야 했던 작업이었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GDR 발행을 성공시키면서 IB 뱅커로서 안 대표의 입지가 확고해졌다.

해외에 매각될 뻔 했던 하이닉스를 한국의 반도체 회사로 살린 것도 안 대표였다. 당시 하이닉스의 대주주인 외환은행은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해 하이닉스를 미국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매각하려 했다. 안 대표는 하이닉스가 자체적으로 정상화될 수 있다고 주장해 이를 관철시킴으로써 세계 2위 반도체 회사가 미국으로 팔려가는 것을 막았다.

2004년부터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과 채권발행을 성사시키면서 하이닉스의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한 안 대표는 마침내 지난해 SK의 하이닉스 인수를 이끌어내면서 길고 험난했던 하이닉스 정상화의 매듭을 지었다.

하이닉스 외에도 안대표는 현대건설과 자산관리공사(캠코)의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대한통운 등 조 단위가 넘는 한국의 구조조정 M&A 대부분을 담당하며 '메가딜은 메릴린치'라는 평판을 굳혔다.

이 때문에 메릴린치에서는 최고위층 임원들이 직접 나서 안 대표의 사임을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안 대표의 사임으로 외국계 IB업계의 연쇄이동이 예상된다. 유재욱 전 모건스탠리 대표와 최우석 전 도이체증권 대표, 송경섭 전 BNP파리바 대표 등이 지난해 사임한 적은 있으나 외국계 증권사 IB 대표의 수평이동은 극히 드문 경우다.

안 대표의 뒤를 이어 메릴린치 IB 대표는 김형찬 메릴린치 지점장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BOA메릴린치 한국 대표에는 임석정 JP모건 대표와 이천기 크레디트스위스(CS) 대표, 이재홍 UBS 대표, 최형호 BNP파리바 한국 대표 등이 거론된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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