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B-52 출격에 미국까지 위협

입력 2013-03-26 17:28
수정 2013-03-27 02:26
北, 도발 위협 왜

美 본토까지 타격 거론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
특이동향 없지만 면밀 주시


북한이 도발 위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25일 동해 원산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사진)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국가급 합동훈련을 한 데 이어 26일엔 군 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야전포병군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을 공표했다. 북한군 최고사령부가 ‘1호 전투근무 태세’를 공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최근 김정은이 잇달아 일선 군부대를 방문해 호전적인 발언을 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도발 위협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특히 남한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 등을 타격 목표물로 언급했다. 또 ‘단호한 대응 의지’ ‘실제적인 군사적 행동 과시’ 등을 거론하며 위협했다. 성명은 또 “그 무슨 ‘원점’ 타격과 ‘지원세력’ ‘지휘세력’에 대한 응징의 기회라는 것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망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최근 북한의 군사적 도발 시 원점 및 지원, 지휘세력까지 타격하라고 군에 지시한 데 대한 반발이다.

북한의 성명에 대해 김 대변인은 “북한군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어떤 도발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응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다만 북한의 특이 동향이나 구체적인 도발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이 천안함 폭침 3주기라는 특별한 날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북한군의 의도를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최근의 잇단 도발 위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대규모 국가급 합동훈련 실시와 함께 성명을 낸 배경에 대해 한·미가 실시하고 있는 기동훈련인 ‘독수리 연습’의 대응 차원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가 군사훈련을 통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며 “북한의 단호한 대응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최근 잇단 군 부대 방문과 맞물려 강경 성명을 낸 것에 대해서도 우리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 12일 3차 핵실험 이후 총 17회 군 부대를 찾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부 장악력을 높여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맞서 적개심을 고조시켜 주민 결속을 유도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가 지난 22일 서명한 ‘공동 국지도발대비계획’에 대한 반발”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장거리포병 부대에 대해 ‘1호 전투근무 태세’에 진입시킨 것은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나서려는 징후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을 언급한 것은 3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반발”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별도로 제재를 추진하는 등 대북 강경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한의 국가급 합동훈련에는 상륙부대와 육상부대가 참가했으며 다수의 방사포와 견인포 등이 동원됐지만 단거리 미사일은 발사되지 않았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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