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FTA협상 시작했지만…'동상이몽'

입력 2013-03-26 17:19
수정 2013-03-27 03:36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3국간 1차 공식 협상이 26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협상은 사흘 일정으로 28일까지 계속된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유럽연합(EU)에 이은 세계 3대 경제블록 형성을 위한 첫 걸음을 뗀 셈이다. 3국의 역내 명목 GDP 규모는 2011년 기준으로 14조2840억달러를 기록, 전 세계의 20.5%를 차지했다. 올해 3국을 돌며 총 4번의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공산품 및 농산물 시장개방은 물론 무역·투자 규범, 서비스시장 개방, 기술표준 단일화 등도 협상 의제에 포함된다. 동북아시아 경제 통합을 위한 물꼬는 일단 텄지만, 3국간 정치·경제적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데다 한·중·일 FTA 에 접근하는 각국의 속사정도 제각각이어서 협상 타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한·중, 한·일 FTA 협상 과정에서 불거졌던 농산물 시장 개방이 첨예한 협상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韓 "서두를 것 없다"

당분간 RCEP에 주력

한·중·일 FTA에 적극적인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세계 2대 경제권인 미국, 유럽연합(EU)과 이미 FTA를 발효시킨데다 아시아 지역 내 경제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중국과 일본의 신경전에 굳이 휩쓸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느슨한 형태의 한·중·일 FTA가 향후 진행될 한·중, 한·일 FTA 협상의 기본적인 협상 뼈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중·일 FTA 협상은 역내 무역관세를 바로 철폐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3국간 무역자유화의 기본 프레임을 짜는 데 집중될 것”이라며 “한·중·일 FTA라는 큰 우산을 우선 펼쳐놓고, 그 우산 밑에서 각국간 양자 FTA로 세밀하게 보완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다음 달 5차 협상이 진행되는 한·중 FTA와 한·중·일 FTA 협상을 동시에 이끌어가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정부는 한·중·일 FTA보다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주력할 계획이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아세안까지 한국의 1~3위 교역대상국이 모두 참여하는 만큼 다자간 FTA체결에 따른 기대효과가 훨씬 클 것이란 판단이다.

中 "亞 주도권 잡자"

빠른 시일내 체결 강조

중국은 한·중·일 FTA의 조기 체결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의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변국과의 FTA 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역내 교역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한국, 일본과의 무(無)관세 동맹을 통해 아시아 내 경제적 영향력과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2011년 체결한 아세안과의 FTA와 한·중·일 FTA를 묶어 동남아에서 동북아로 이어지는 초대형 아시아 경제블록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세워놓고 있다.

미국을 견제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 해 한·미 FTA 발효가 발효되고,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일본이 참여키로 결정하면서 한·중 및 한·중·일 FTA 추진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한·중 FTA든, 한·중·일 FTA든 미국이 끼지 않는 FTA로 아시아 경제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어느 쪽이든 좋다는 게 중국의 속내다.

중국이 고수하고 있는 기본적인 FTA 협상방식은 협상국들이 개방을 꺼려하는 분야를 제외하고 상호 희망하는 분야만 미리 발효시키는 이른바 ‘조기수확(early harvest)’ 전략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은 일단을 협상을 시작한 뒤 구체적인 실행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FTA 파트너를 급속히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日 "일단 앉고 보자"

초조함 속 FTA 발 넓혀

‘FTA 후진국’인 일본은 한·중·일 FTA, 일·EU 경제동반자협정(EPA) 등 동시다발적인 FTA 추진을 통해 경제 회생을 꾀하고 있다. 수출 경쟁국인 한국이 미국과 EU와의 FTA를 발효하면서 주요 선진국 시장에서 자동차 전자제품 등 공산품 부문의 가격경쟁력을 잃고 있는데다, 한국과 중국이 양자간 FTA체결을 위한 공식협상을 시작하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한·중·일 FTA에 참여하는 일본의 속내도 이런 초조함과 무관치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은 한·중·일 FTA와 동시에 미국이 주도하는 TPP 협상에도 참여할 방침이다. TPP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 경제블록이다. 또 EU와는 FTA 전단계인 EPA 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농산물 분야 시장개방에서 한국보다 더 폐쇄적인 입장을 보이는 일본의 FTA 전략이 얼마나 탄력을 받을 지는 미지수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TPP는 미국과 호주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곤 참여국들의 시장 개방 의지가 낮아 협상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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