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상선 주총 승리'에 자금 숨통 트이나

입력 2013-03-22 13:43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 한도가 확대되면서 현대그룹의 자금 조달 계획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최근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의 증자 계획에 주요 주주들의 잇따라 반대하면서 현대그룹은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현대그룹은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자금난이 심각해질 경우 그룹 경영권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

22일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빌딩에서 열린 현대상선 주주총회에서는 우선주 발행 한도 확대 등 일부 정관 변경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 총수 한도는 기존 2000만주에서 6000만주로 늘었다. 특히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거의 무제한적으로 가능하게 돼 경영권 분쟁 소지도 줄어들게 됐다.

현대상선의 2대 주주인 현대중공업이 반기를 들고 나섰지만 의안 통과를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우선주를 주주 외의 제3자에게 발행하게 되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과 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며 정관 변경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현대상선 측은 "최근 불어 닥친 해운경기 불황으로 선제적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경영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정상적인 경영활동도 못하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주주 투표 결과 찬성 67.35%, 기권·반대·무효 32.65%로 참석 주주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 정관 변경안은 결국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1108억8000만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했지만 2대 주주인 독일 쉰들러홀딩아게의 반대에 부딪쳐 무기한 보류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말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로 826억원을 수혈 받은지 3개월밖에 안됐지만 재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는 원래대로라면 오는 25일 공모가 진행돼야 하지만 쉰들러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오리무중 상태가 됐다. 쉰들러는 주주 이익 침해 등을 이유로 지난 7일 수원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낸 상태다.

현재 현대그룹의 핵심회사인 두 기업의 자금 상태는 악화되고 있다.

현대상선이 안고 있는 금융부채만 6조9343억원이다. 올해 안에 갚아야 할 차입금 및 사채 등은 2조4215억원을 웃돈다. 현대엘리베이터도 금융부채 4411억원을 올해 내로 상환해야 한다. 더욱이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수백억 원 규모 파생 상품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현대엘리베이터가 증권사들과의 우호 지분 보유 계약을 맺고 현대상선의 경영 지배권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업황 부진으로 경영 활동도 녹록치 않다.

지난해 현대상선의 별도 영업손실은 5197억원, 별도 당기순손실은 9989억원에 달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별도 영업이익 493억원을 거뒀지만 별도 당기순손실은 414억원을 기록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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