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은행 금리 횡포에 화난 중소기업

입력 2013-03-21 17:12
수정 2013-03-21 21:40
김일규 금융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서울 이태원동에서 수산물 가공업체를 운영하던 김모씨는 2007년 초 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기존 공장을 담보로 외환은행에서 연 8.5%에 5억원을 빌렸다. 1년가량 연체 없이 이자를 납부하던 그는 2008년 하반기 은행에서 “금리를 연 17%로 올리겠다”며 “이자를 못 내겠으면 원금을 모두 상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신용평가 기준이 강화돼 신용등급이 떨어졌다는 게 이유였다. 금융위기 여파로 다른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2년여간 이자를 더 내다 원금을 상환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이 2006년부터 작년까지 7년간 중소기업 3089곳의 대출 가산금리를 임의로 올려 181억여원의 이자를 부당하게 받은 사실이 검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알려지자 중소기업인들의 항의성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서 기계부품업체를 하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신용경색으로 자금이 절실히 필요할 때 일방적으로 금리를 올려 경영의 목줄을 조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제보를 해 온 중소기업 대표들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당시 외환은행은 “이자를 더 내든지, 원금을 갚든지, 안되면 담보를 처분하겠다”는 식으로 압박했다는 것이다.

경기도 안양에서 기계조립업을 하는 이모 사장은 “고금리를 못 버티는 기업은 버리고, 버티는 기업에서는 많은 이자를 받는 식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사장은 “당시 가깝게 지내던 한 지점장은 ‘자기가 생각해도 심하지만 본부에서 내려온 지침이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들 업체는 그나마 금리가 높아진 것을 알고도 은행을 이용했지만,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피해 기업 중 상당수는 금리가 올라간 것도 모른 채 이자를 더 물어야 했다. 은행이 대출 약정기일 내 가산금리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차주와 추가 약정을 맺어야 하는데도, 이런 절차 없이 임의로 전산상 가산금리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은행들의 금리 횡포 관행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말로는 중소기업을 위한다지만 실제로는 우수 중소기업 고객을 빼앗는 경쟁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관행을 종합적으로 점검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일규 금융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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