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중소형 증권사 유동성 위험 '적신호'

입력 2013-03-21 11:30
이 기사는 03월20일(14:0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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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3년6개월 간 ABCP 매입약정 증가율 191.6%
- 자기자본 대비 미매각 회사채 금액 비율 19.8%
- 위험관리 능력 떨어지면 신용등급 강등까지


중소형 증권사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약정과 회사채 인수 부담이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 ABCP 매입약정 규모가 자기자본의 50%를 웃돌고 있는 데다 인수한 뒤 팔지 못하고 떠안고 있는 회사채는 자기자본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주식거래가 살아나지 않고 시장경색으로 증권사의 유동성 위험이 현실화되면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급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용평가사는 일부 중소형 증권사에 대해 신용등급 강등까지 검토하고 있다.

◆ABCP 매입약정 증가율 급증

20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최근 3년6개월간 국내 증권사의 ABCP 매입 약정 규모는 5조원이 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말 2조8000억원에서 작년 9월 말 7조8000억원으로 뛰었다.

상대적으로 자기자본(작년 9월 말 기준) 5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의 중소형사의 유동성 위험이 빠르게 커졌다. 2009년 3월 말에서 작년 9월 말까지 중소형사의 ABCP 매입약정 증가율은 191.6%에 이르렀다. 대형사(129.8%)보다 61.8%포인트 높은 수치다.

각 중소형사가 평균 3800억원의 ABCP 매입약정을 하고 있다. 자기자본 대비 ABCP 매입약정 비율도 중소형사가 55.5%로 가장 높다.

ABCP 매입약정은 유동화 과정에서 ABCP 차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증권사가 해당 ABCP를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이다. 증권사의 우발채무에 해당한다.

ABCP 매입약정이 실행되면 증권사는 유동자금이 묶여 현금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신용경색 상황에서는 ABCP 매입약정 실행이 증권사의 유동성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

◆미매각 회사채 인수 부담까지

회사채 인수 부담도 중소형사에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작년 4월 회사채 수요예측 모범규준이 시행됐다. 수요예측 전에 투자자 모집과 금리 결정이 어려워졌다.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인수단에 참여한 증권사는 투자자 청약이 이뤄지지 않은 물량(미매각 회사채)을 총액 인수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미매각 회사채 중 신용등급이 A급 이하인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매각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떠 안고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 증권사의 자금부담은 커진다.

작년 9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직전 3개월 간 미매각 회사채(A급 이하) 누적금액 비율은 중소형사(19.8%)가 가장 높다. 각 중소형사가 평균 1352억원어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미매각 회사채 절대 금액은 중대형사(평균 2468억원)가 가장 크지만 자본완충능력이 뒤처지는 중소형사의 인수 부담이 더 큰 셈이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ABCP 매입약정 실행률과 미매각 회사채 장기화율이 10%로 2년간 지속되면 소형사, 3년간 지속되면 소형사와 중소형사 모두 NCR이 300%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주식 거래대금 수준이 유지돼도 중소형사와 소형사의 자본구조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과도하게 유가증권이 증가하는 증권사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위험관리 능력과 외부차입 비율 등을 검토해 신용등급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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