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CJ '같은 링'서 방송전쟁 'ON AIR'

입력 2013-03-20 17:19
수정 2013-03-21 04:53
IPTV·SO 미래부로 이관
규제 장벽 낮아지고
방송 진흥정책 혜택



여야 정치권의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종합유선방송(SO)이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됨에 따라 재계에서는 ‘KT와 CJ의 맞대결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인터넷TV(IPTV)와 SO로 나뉜 유료방송 시장에서 KT와 CJ가 각각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진흥과 융합 위주의 산업정책을 쓰겠다는 미래부로 업무과 이관됨에 따라 두 회사를 갈라놓았던 장벽이 낮아지거나 없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KT, 초반 우위 선점 가능성

미래부는 유료방송사업과 관련된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허용하겠다’고 이미 밝힌 ‘접시 없는 위성방송(DCS·Dish Convergence Solution)’ 규제가 가장 먼저 풀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DCS는 KT계열 위성방송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가 진행해온 신기술로, IPTV와 위성TV를 결합시킨 신상품으로 볼 수 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내건 미래부의 정책 취지에도 맞는다.

DCS 규제가 풀리면 KT는 IPTV 가입자 확보가 쉬워진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KT는 위성방송과 IPTV 결합상품인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를 내세워 가입자를 늘리는 전략을 세워뒀다”며 “자금력과 마케팅력을 동원하면 유료방송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KT 가입자 수는 781만명으로 유료방송 전체 시장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디지털 유료방송 시장만 따지만 점유율이 50%를 넘어선다. KT는 최근 모바일게임 자체 개발 등 콘텐츠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CJ, ‘불공정’ 내세워 역전 기대

CJ는 계열사인 CJ헬로비전(유선방송)과 CJ E&M(미디어컨텐츠)을 통해 방송사업을 해왔다. 이제 막 콘텐츠 사업에 뛰어든 KT보다 방송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CJ는 규제가 상대적으로 많은 SO에 속해 있어 불이익을 받는다는 피해의식이 크다. 예컨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적용되는 33% 매출점유율 규제와 33%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는 사실상 CJ만 규제하는 법이다. 자신들에게만 불합리하고 비대칭적으로 적용되는 법을 개정하려는 것에 대해 경쟁사와 종합편성채널 등 일각에서 ‘CJ 특혜법’이라고 거꾸로 공격하자 CJ 측은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CJ는 SO 사업을 규제하는 방송법령이 미래부로 이관되면 시장점유율 규제 등이 풀려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SO 가입자만 따져 3분의 1(33%)로 규제한 시장점유율을 적용하면 CJ는 500만명 이상 가입자를 모집할 수 없다”며 “SO와 IPTV 등을 포함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 1(약 700만명)까지 모집할 수 있는 IPTV와 비교하면 불공정한 경쟁”이라고 말했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부로의 이관으로 유료방송 사업자들 사이의 점유율 규제 차별이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CJ는 또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KT와 같은 사업구조를 갖췄다. 이동통신과 인터넷, TV, 집전화 4개 상품을 결합하는 마케팅에서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송신료 협상 등 ‘공동전선’도

유료방송 시장에서 맞수인 KT와 CJ는 지상파 등 경쟁자에 대해서는 공동 전선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20일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KT와 CJ헬로비전 등이 참여해 ‘플랫폼사업자공동대책위원회’ 모임을 갖고 지상파 재송신료 계약 철회를 촉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는 CJ는 KT 통신망을 써야 하고, KT는 CJ콘텐츠를 써야 하는 등 서로 의존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KT와 CJ가 서로 강력한 경쟁자지만 특정 사업에 있어서는 서로 의존해야 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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