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9500억원 상당의 수주계약 취소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보합권에서 맴돌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에 취소된 계약이 그동안 꾸준히 해지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는 점, 실적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미미하다는 측면에서 주가 충격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20일 오전 11시14분 현재 삼성중공업은 전날보다 50원(-0.14%) 내린 3만5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수주 취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1% 가까운 약세로 장을 출발한 삼성중공업은 외국계 증권사 창구 등을 통한 저가 매수세 유입과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수주 보도 조회공시 요구 등에 힘입어 반등을 타진하기도 했으나 이후 보합권에서 맴돌고 있다.주가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4거래일을 제외하고 연일 약세 기조를 나타내면서 7.24% 하락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중동에서 수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 중 5척에 대한 계약이 해지됐다고 지난 19일 장 마감 후 공시했다. 해지 금액 규모는 9481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의 7.1%에 해당한다. 또한 나머지 3척의 인도기간은 2016년 7월 말까지로 연장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삼성중공업이 선수금 8500만달러 가운데 3000만달러를 돌려주고 5500만달러를 몰취한 상태로, 몰취한 금액으로 이미 발생한 비용을 처리해 실적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풀이했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여러 정황들을 종합하면 이번사안은이스라엘 ZIM사로부터 수주받은 1만2600teu급 컨테이너선 수주 취소로 추정되는데 일부 선수금은 받았지만 전혀 건조에 들어가지 않았던 건"이라며 "지난 6일 수주 취소에 이어 재차 부정적인 소식이 전해져 투자심리는 다소 악화될 수 있지만 지나간 수주 취소보다는 향후 수주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연이은 수주 취소 공시로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지만 잠재 악재 해소 차원으로 판단돼 비중 확대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수주 잔고 감소 측면에서 이번 계약 취소가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형모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이미 ZIM의 취소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수주잔고만 보면 단기 악재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최근 Flex 부유식 액화천연가스(FLNG) 설비, Nexus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에 이어 ZIM사 수주분 5척이 취소되면서 삼성중공업의 수주잔고는 335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대중공업(2월 말·인도 기준 374억달러), 대우조선해양(391억달러) 대비 저조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주 잔량은 지난해 말 29조5000억원에서 이달 초 이후 계약해지된 물량을 감안하면 26조원으로 감소하는데 이는 1.9년분"이라며 "다행히 올해 상반기 수주가 증가하고 있어 이를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추가적인 계약 해지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전재천 연구원은 "추가 계약해지 가능성 측면에서는 2009년 이전 수주한 프로젝트가 몇 개 더 발생할 수 있으나 2010년 이후 수주한 프로젝트로 확산될 가능성이 없다는 측면에서 문제는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홍균 연구원은 "향후 추가로 수주 취소 공시가 나올 수 있는 수주건은 이번에 인도기간을 연장한 3척 이외에는 없다고 파악된다"며 "단기적으로 에지나 FPSO, 칠레 CSAV 컨테이너, NLNG 액화천연가스 운반선(LNGC) 4척 등 가시권에 들어온 수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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