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소설 '뱅크' 출간한 김탁환 씨
소설가 김탁환(사진)이 전 3권, 총 1250쪽의 경제소설 《뱅크》(살림)를 내놓았다. 19일 오후 자리를 함께한 그는 “한국경제신문에서 가장 먼저 인터뷰 요청이 와 기뻤다”며 “경제 기사를 진지하게 읽는 30~50대 독자들과 사업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설은 자본주의로 전환이 본격화하던 19세기 말 조선 사회에서 돈과 자본, 시대에 대해 고민했던 다섯 인물의 이야기다. 1968년생인 작가가 ‘1868년에 태어난 인물들은 처음 맞는 자본주의에 어떻게 대응해 나갔을까’ 하고 생각한 게 출발이었다.
“개화기의 문화변동을 다룬 전작들을 쓰다 보니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됐어요. 세계의 핵심인 경제문제를 쓰지 않으면 ‘수박 겉핥기’일 뿐이라는 생각이었죠. 6년 전에 구상을 시작해 두 번 집필을 포기하기도 했어요. 저항하는 민중 아니면 정치세력 간 암투를 그린 역사소설만 있는 우리 현실에서 의미 있는 경제소설이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개성상인의 아들 주인공 장철호는 전통적인 장사꾼에서 시작해 기업인으로, 은행가로 변신해가는 인물이다. 탐욕의 노예가 돼 온갖 음모를 꾸미는 권혁필과 박진태는 그 반대편에 있다. 장철호는 정도(正道)를 걸으며 숱한 위기를 겪지만 결국 민족자본가, 은행 왕으로 변신해 나간다. 실제 역사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왜 은행일까. 작가는 “당시 경제적인 변동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게 은행”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부산 원산 등 개항지에 제국주의 국가들이 가장 먼저 들여온 게 은행이라는 것. 제국주의의 역사에서 은행은 한 나라를 빚더미에 앉히고 식민지화하는 첨병 역할을 했다. 소설 속에서 장철호가 민족자본으로 민족은행을 만들려는 이유다.
작가는 서문에 “이 작품은 변치 않는 인간 탐욕에 관한 보고서이자 선한 자본에 대한 나름의 묵상”이라고 썼다. 선한 자본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선한 자본과 약탈적 자본은 다르다”고 했다.
“조선의 전통상인들 또한 어음을 쓰고 돈을 빌려줬지만 공동체를 고민했기 때문에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제국주의의 약탈적 자본은 개인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죠. 현재는 어떻습니까. 복잡해지고 스케일이 커지긴 했지만 이 같은 자본의 두 성격은 여전히 존재해요.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공동체 전체를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 범위가 옛날처럼 민족이나 국가가 될지는 끝없이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 작품을 위해 작가는 6년간 개화기 경제 공부에 매달렸다. 책 말미에 밝힌 참고문헌만 7쪽 분량이다.
“돈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직접 이에 대해 쓰는 걸 천시하는 문단 분위기가 있습니다. 공부하면서 저도 반성했어요. 기업이, 경제 조직이 건강함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합니까. 앞으로도 자본주의에 대해 쓰려고 해요. 저에게도 독자에게도 중요한 문제니까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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