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에서도 삼성 패널 뺀다…'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나

입력 2013-03-19 17:21
수정 2013-03-20 02:24
삼성-애플 부품 결별…'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나

애플, LG·샤프에만 견적의뢰…삼성디스플레이엔 안보내
떠나는 최대 고객 애플 대신…삼성, 中스마트폰 업체 개척



애플이 올해 출시할 5세대 아이패드 및 아이패드미니2 제품에 삼성의 디스플레이 부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니 노트북 맥북의 올 신모델에서 삼성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용 비중을 낮췄다. 애플은 그동안 맥북의 SSD를 모두 삼성 제품으로만 써 왔다.

삼성도 이에 맞서 애플 외 다른 부품 공급처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특허소송으로 비롯된 양측의 갈등은 이제 비즈니스상의 완전한 결별로 치닫고 있다.

1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4분기 5세대 아이패드와 아이패드미니2 생산을 위한 견적의뢰서(RFQ·Request for Quotation)를 디스플레이업계에 발송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에는 보내지 않았다. 대신 LG디스플레이, 일본의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 대만 AUO 등은 모두 RFQ를 받았다.

RFQ는 부품 구매의 첫 단계로, 구매 회사가 납품 회사에 부품 공급 가격을 타진하는 문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완제품 업체는 통상 신제품 출시 5~10개월 전에 부품업체에 RFQ를 보낸다”며 “RFQ를 주지 않았다는 것은 구매처 리스트에서 완전히 삭제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그동안 애플의 모든 아이패드 제품에 디스플레이를 납품해왔다.

1980년대부터 삼성 부품을 써온 애플은 특허소송이 격화되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 부품 축소에 나섰다. 작년 9월 출시된 아이폰5에서 삼성 메모리반도체를 뺀 것을 시작으로, 10월 말 출시된 아이패드(4세대)에선 삼성의 디스플레이 납품량을 대폭 줄였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분기 애플 디스플레이 수요량의 12.8%를 공급했으나 3분기에 3.20%, 4분기에 0.90%로 크게 감소했다.

애플은 올해 출시된 맥북에선 삼성전자 SSD 비중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지난해 맥북에 들어간 128기가바이트(GB) 이상의 SSD는 모두 삼성전자 제품을 채택했다.

애플은 또 내년 6월 삼성전자와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계약 만료를 앞두고 대만 TSMC, 인텔 등과 접촉 중이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이달 중 차세대 아이폰에 탑재될 A7칩 초기 디자인을 끝내고 5~6월 시범생산에 들어간다. TSMC는 내년 1분기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삼성 부품을 배제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2013년형 맥북 프로에 삼성전자 SSD를 줄이고 샌디스크 제품을 탑재한 후 소비자들이 방열팬 소음이 크다며 항의하고 있다. 애플 홈페이지의 ‘애플 지원 커뮤니티’에는 ‘맥북 프로 레티나 팬 문제(MacBook Pro Retina Fan Issues)’라는 글이 올라온 후 700여건의 댓글이 달려 있다.

애플을 최대 고객으로 둬 왔던 삼성도 큰 애로를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애플에 대한 납품으로 2011년 10조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작년엔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이 애플에 판매하는 부품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모바일AP다. 삼성은 지난해 애플에 모바일AP를 독점 공급, 4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모바일AP 납품계약이 내년 6월로 끝난다는 것이다. 애플이 대만의 TSMC 등으로 구매처를 돌릴 움직임을 보이자 삼성은 퀄컴 ST마이크로 등 새 파운드리(수탁생산) 고객사 유치과 함께 중국 판로 확대 등에 주력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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