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8월께 지주사 체제 전환

입력 2013-03-19 16:57
수정 2013-03-19 22:14
대한항공 둘로 나눠…순환출자구조 해소


한진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둘로 쪼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새 정부 들어 대기업의 순환 출자 고리를 끊기 위한 첫 시도로 주목된다.

19일 한진그룹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을 2개로 인적분할, 지주회사인 대한항공홀딩스(가칭)와 사업 자회사인 대한항공으로 분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작년 말 기준 총자산은 20조7000억원이다.

기업 분할 후 조양호 회장 일가가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을 대한항공홀딩스에 현물출자해 중간지주사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져 대한항공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현재 조 회장(9.63%)과 조현아·조원태·조현민 등 한진가 3세들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10.04%에 불과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오는 8월 대한항공홀딩스를 출범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지주회사 전환은 순환 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정석기업’의 3단계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말 대한항공이 한진관광투자를 흡수·합병해 순환출자 구조를 한 단계 줄였다. 남은 과제는 이들 3개사의 연결 구조를 2단계로 단순화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홀딩스와 정석기업, 또는 한진과 정석기업을 합병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 측면에서 보면 한진과 정석기업을 합병한 뒤 조 회장이 한진을 통해 대한항공홀딩스를 지배하는 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후계 구도가 물려 있는 데다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기로 한 박근혜 정부 들어 첫 사례여서 순환 출자 고리를 끊는 과정이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진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면 대한항공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인수하는 데도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채비율이 높은 대한항공 대신 재무구조가 우량한 지주회사를 통해 인수에 참여하면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소식에 이날 한진의 주가는 전날보다 10.09% 오른 2만4000원에 마감했다. 한진은 대한항공 지분을 9.6%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전환시 한진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을 매각해 순환 출자 고리를 해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재무구조가 개선돼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예진/좌동욱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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