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있는 곳에는 반드시 보상이 있다.” 기업들이 성과에 대한 보상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성과 대상도 매출에서부터 아이디어와 특허, 기업문화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그룹의 경영 환경과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효과도 염두에 뒀다. 단기적 성과보다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성과물에 중점을 두고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향으로 보상 체계가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성과를 평가하는 데도 학연과 지연을 배제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기 위해 선정 절차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기업별로 다양한 포상제도는 신사업을 위한 아이디어 창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파격적인 보상으로 우수 인재를 외부에 뺏기지 않고 장기 근속할 수 있게 유도하는 역할도 한다.
○포상금 커지고 포상 범위 넓어져
삼성은 1993년 신경영 선언 이듬해에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만들었다. 인사 정책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제도로, 당시 수상자는 특별 승격과 함께 1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20년의 세월과 함께 1억원으로 포상금도 커졌다. 이건희 삼성 회장 취임 25주년을 맞았던 지난해에는 모두 18명이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했다.
현대·기아차는 연구원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인식 아래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원 포상 제도를 실시했다. 최대 1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직무발명 특허 보상제도’는 라이선스로 특허·기술 로열티가 발생하면 포상하는 제도다.
효성은 올해 ‘효성인상’ 포상 시스템을 바꾸면서 상금을 기존 15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3배 이상 대폭 인상했다. 선정 대상도 영업이나 생산 직무에 쏠렸던 분야를 마케팅, 기술, 연구, 지원 등의 부문으로까지 확대했다. 협력회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협력업체상’을 신설한 것도 눈길을 끈다. 효성 관계자는 “협력회사의 기술 향상과 혁신을 통해 효성그룹 제품의 제조기술 혁신과 원가절감에 공헌한 협력회사에 주는 상”이라고 설명했다. GS리테일도 상품 제조 및 배송 협력사 등 분야별 우수 파트너사에 ‘베스트파트너 상’을 준다.
포상 대상을 협력업체로 확장한 것뿐만 아니라 포상 범위도 넓어졌다. 기존 매출 성과에만 치중했던 포상에서 벗어나 동기 부여 방식을 다양화하기 위한 것이다. STX는 조직 분위기와 기업문화 향상을 이끈 임직원에게 굿프렌드상을 준다. 수상자도 임직원들이 동료를 직접 추천하고 투표해 결정한다. 현대중공업은 매년 ‘제안 활동 베스트 100’ 명단을 발표하고 ‘제안왕(王)’을 뽑는다. 직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찾도록 독려하기 위해 가장 많은 제안을 한 직원을 제안왕으로 선정한다. 올해 34년째를 맞는 제도로 지금까지 총 470여만건에 이르는 제안이 쏟아졌다. 지난해에만 14만건이 넘는 아이디어가 채택돼 980억원의 원가 절감 효과를 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선정 절차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포상 규모가 커진 동시에 선정 절차는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해졌다. SK는 관계사별 선정 대상을 정한 후 가장 우수한 사례를 가려내기 위해 ‘왕중왕 선정 방식’을 적용한다. 합숙과 전문가 심사 등 4단계의 심층 검증 과정을 거쳐 포상 대상을 결정한다. 포상 사례를 단순히 서류만 갖고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포상 후보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근무 현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SK그룹 관계자는 “관계사 자율경영 체제인 ‘따로 또 같이 3.0’을 도입한 올해부터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6개 위원장이 수상자를 결정한다”며 “이후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친다”고 말했다.
효성은 효성인상 심사를 PU(사업부문)장, 기술원장, 연구소장, 인사 및 전략담당 임원 등 전문가로 구성한 심의위원회가 별도로 맡아 실시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직원 모두가 포상자 선정 과정에 참여한다. 기존 일부 임원진이 수상자를 선발하던 관례에서 벗어나 포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상자들도 직원들로부터 받은 상이라는 인식 때문에 더 높은 자긍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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