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개인 채무조정방안 제시
이자감면 등 신용회복위·은행·채무자 협약 필요
대법원이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개인회생·파산제도의 법정 운용방안 개선에 나섰다. 대법원은 특히 ‘하우스 푸어’(과도한 대출로 주택을 구입한 개인)들의 채무조정안을 만들어 신용회복위원회 및 금융회사들과 협의키로 했다.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하우스푸어에게 주택담보대출금의 원리금 상환을 기존 일정보다 3~5년 유예하고 이자율도 낮춰주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지금은 개인회생 절차와 무관하게 금융회사는 채무자가 대출 원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할 경우 담보 잡은 부동산을 경매처분할 수 있다.
대법원은 18일 서울 서초동 청사에서 법원 파산부 판사들을 비롯해 신용회복위원회, 금융위원회, 법무부, 법률구조공단 등 유관기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한 개인회생 파산제도의 합리적 운용방안 마련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정준영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부동산 경기침체로 주택을 팔아도 대출금을 못 갚는 하우스푸어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법원의 도산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지원장은 이를 위해 신용회복위원회와 금융회사, 금융회사와 채무자가 개인회생기간(3~5년)에는 담보권 실행을 유예하고 기존 이자를 포함해 이자율을 감면하는 약정을 맺을 것을 제안했다. 주택을 경매로 처분해도 대출금 상환에 턱없이 모자라는 깡통주택이 속출하는 상황인 만큼 채권자인 금융회사도 법원의 개인회생제도에 동참하는 것이 결국 득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법원이 개인의 채무재조정에 적극 나서겠다는 이 방안의 필요성에 대해 개인워크아웃제도를 운영 중인 신용회복위원회도 공감을 표시했다. 공동 주제발표자로 나선 남명섭 신용회복위원회 사무국장은 “부동산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가계 총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가구가 전체의 13%에 이른다”며 “금융회사들과 구체적인 담보권실행(경매처리) 유예방안을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재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주택담보부채권은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제대로 된 채무재조정을 위해선 개인회생 절차에 꼭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회생제도에서 기본생활 유지를 위한 일종의 공제비 격으로 인정해주는 개인 생계비도 서울과 지방 등으로 지역 편차가 심해 지역 여건에 맞게끔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회생기간 동안 일정 금액을 갚아나가야 하는 개인회생신청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정한 최저생계비의 150%를 생활비로 쓸 수 있다. 그러나 특히 전세가격 등 주거비의 경우 서울과 지방이 3배까지 차이나는 등 지역마다 편차가 심하다.
사적구제제도인 신용회복위원회와 공적구제제도인 법원 개인회생제도 간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신용회복지원 확정 후 개인회생 또는 개인파산 신청으로 신용회복지원이 실효되는 채무자가 월 100명 정도에 달한다.
■ 개인회생제도
총 채무액이 일정 금액 이하(담보채권은 10억원, 무담보채권은 5억원)이고 장래 계속적으로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개인 채무자가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5년간 수입 중 생계비를 뺀 일정 금액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에 대해서는 면책받는다. 빚을 갚을 능력이 없을 경우 개인파산을 신청하면 된다.
김병일/정소람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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