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타결] 새 정부 출범 3주 '헛바퀴'…모두 패자였다

입력 2013-03-17 20:58
수정 2013-03-18 02:40
朴의 고집에 새누리는 무기력, 야당은 발목잡기만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46일간 표류한 끝에 최종 타결됐다. 정치 실종이 주된 원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원안 고집과 청와대 눈치만 살피는 새누리당의 무기력,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에 협조하지 않은 민주통합당의 발목 잡기 등 ‘삼박자’가 작용한 결과다.

박 대통령은 시종 종합유선방송(SO) 부문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은 타협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박 대통령이 ‘마이 웨이’를 고집하면서 협상의 여지는 좁아졌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다. 대치 상황이 길어지자 여권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등 ‘자중지란’ 양상까지 벌어졌다.

민주당 상황도 비슷했다. 박 대통령과 ‘맞짱’을 뜨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청와대와 야당 간 대립이 심해지면서 정국은 경색됐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동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조직법 협상은 한국 정치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지난 1월30일이다. 이 개정안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월15일 처음 발표했다. 여야 협상은 2월4일 시작됐다. 이후 46일이 지난 17일까지 여야는 협상 결렬과 재개를 되풀이했다.

최대 쟁점은 방송·통신 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기느냐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기느냐는 것이었다. 첫 여야 회담에서 민주당은 16개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여야 협상이 이어지며 이 쟁점은 6개로 줄었고, 최종적으로 하나만 남았다.

방통위가 맡은 방송 기능의 미래부 이관이다. 새누리당은 방송에 대한 진흥(광고)과 규제(인·허가) 등을 미래부로 옮기자고 했고, 민주당은 방통위에 남겨둬야 한다고 맞섰다.

여야는 팽팽하게 맞서며 정부조직법의 1~3차 처리시한(2월14·18·26일)을 모두 넘겼다.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지난 4일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조직법의 원안 고수 입장을 선언했다. 이에 민주당이 반발하며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5일에도 정부조직법은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6일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시 방통위 재적위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의결 △언론 청문회 즉시 실시 △김재철 MBC 사장 사퇴 등 ‘3대 조건’을 제시했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내부 갈등을 겪어야 했다.

논란이 길어지면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제한하고 여야 합의가 없으면 법안 처리를 어렵게 한 국회법 개정안(국회선진화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야는 물밑협상을 이어갔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15일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만났지만 역시 ‘원안 고수’라는 박 대통령의 뜻만 확인해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심야 협상을 되풀이한 끝에 17일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박근혜 정부는 46일 만에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됐다.

김정은/이현진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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