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료들에게 관료개혁 맡긴 朴대통령의 실험

입력 2013-03-17 16:59
수정 2013-03-17 21:50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어제 드디어 타결됐다. 때늦은 출발이다. 하지만 이제 걸림돌이 제거된 만큼 박근혜 정부는 국정을 정상화하고 본격적인 민생 챙기기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마침 새 정부 첫 장·차관 국정토론회가 지난 주말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20일 만에 열린 이번 토론회는 새 정부 운영의 구체적 틀을 제시하고 논의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공직사회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목표 및 국정과제가 박 대통령의 국정 로드맵을 국민에게 제시한 것이라면 이날 토론회는 이 같은 로드맵을 수행하기 위한 일종의 실천지침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 운영 원칙으로 △국민 중심 △부처간 칸막이 철폐 △현장 중심 △공직기강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고 한다. 이 중 가장 강조된 것은 국민중심이라는 원칙이었다. 행정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 맞춰 국민 편의를 최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정부를 운영하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너무도 당연한 원칙이다. 그러나 행정기관의 업무처리 행태를 보면 국민보다는 공무원 편의 위주로 이뤄지는 경우가 사실 너무도 많다. 국민 중심은 이를 돌려 놓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나머지 정부 운영 원칙들도 결국 ‘국민중심’ 행정을 위한 일종의 수단적 개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특별히 강조해야 할 것은 공직기강이다. 박 대통령 역시 이를 특별히 강조했다고 한다. 다만 차관급 이상 고위직의 3분의 2가량이 고시출신일 정도로 관료들이 중용된 마당에 이런 대통령의 의지가 과연 제대로 관철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다. 관료천하가 된 정부가 과연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느냐는 일부의 비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과 경제상황까지 감안하면 지금은 국가비상시기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공직기강이 제대로 서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게 결국은 국민중심 행정을 펴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고위 공직자들은 박 대통령의 관료 중용이 공직사회를 더 근본적으로 개혁하라는 취지임을 명심하고 국민 중심 정부를 만들기 위해 더욱 매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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