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원장에 로펌 출신을…왜?

입력 2013-03-15 17:20
수정 2013-03-16 01:44
논란 확산…"20년 이상 대기업 변호" vs "오히려 대기업 생리 잘알아"

美 증권거래위원장에 주가조작꾼 앉힌 전례도


“왜 하필 대형 로펌 출신이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4일 새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앤장 출신의 한만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를 지명한데 대해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서 거센 자격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로펌에서 20년 이상 대기업 편에 서서 송사를 처리해온 한 후보자가 대기업의 불공정해위를 바로잡는 ‘경제민주화의 첨병’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한 후보자는 조세 전문가로 공정거래 분야에선 무명에 가깝다. 공정위의 시정명령, 과징금 등 행정처분은 사실상 1심판결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과거 학계 출신 공정위원장이 경쟁법 등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였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야당은 벌써부터 ‘부적절한 인사’라며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15일 국회 브리핑에서 한 후보자의 로펌 경력 등을 이유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형국”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실제 한 후보자는 김앤장 시절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 편에서 각종 소송을 대리해왔다. 2003년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매입 관련 소송이 대표적이다. 1999년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삼성SDS BW를 시세보다 싼 값에 넘겨받아 문제가 된 사건이다. 세무당국은 이를 증여로 간주해 이 부회장 등에게 443억원의 증여세를 물렸다. 이에 불복해 이 부회장 등이 소송을 냈고 한 후보자는 삼성측 변호사로 나섰다.

1989년에는 현대건설 근로자가 해외 근로수당을 못받아 현대건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현대건설측을 대리했고, 2002년에는 삼성물산의 계열사 부당지원 관련 소송에서 삼성물산측에 섰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한 후보자는 확고한 원칙을 세우고 일하는 분”이라며 “대기업 송사를 주로 맡았지만 판·검사를 하다 중간에 간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변호사를 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선 ‘역발상론’도 나온다. 한 후보자가 오랫동안 송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생리를 훤히 꿰뚫고 있는 만큼 오히려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이다. 실제 1930년대 미국에선 주가조작을 단속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주가조작 연루자를 앉힌 전례도 있다. 1934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대통령 때다. 초대 SEC 위원장에 라디오회사 RCA 주가를 조작해 큰 돈을 번 조셉 케네디(60년대 케네디 대통령의 부친)를 임명하자 “왜 하필 사기꾼이냐”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루스벨트는 “사기꾼을 잡기 위해 사기꾼을 기용한다”고 응수했다. 보안업계에서도 해커를 잡기 위해 또 다른 해커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정위 안팎에선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공정위 퇴직 간부들의 로펌행이 법적으로 차단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양새가 이상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정부 고위관료들의 로펌행이 문제가 되면서 퇴직 후 2년 간 로펌 에 못 가도록 하는 등 공직자윤리법이 대폭 강화됐다”며 “(박 대통령이) 거꾸로 로펌 출신을 공정위원장에 앉힐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용석/정종태/정소람 기자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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